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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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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갔다 오는길


BY 숙 2000-04-25

차창밖의 풍경이 빗물처럼 흐른다.
어느 산 어느 꽃 하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점 같이 보이는 내 어머니의 뒷 모습 때문일게다.
지병으로 누렇게 뜬 얼굴에 거뭇거뭇 검버섯이 보이고, 예전의 총기는 전혀 없이 흐릿하게 뜨이는 눈거죽에 자글거리는 주름.
내 어머니의 모습이 이러했던가.
뒷 토방 마루에 먼지하나 쌓이지 않았던 부지런함은 어딜가고, 주방 곳곳이 먼지 투성이다.
아들네와 같은 아파트에 집을 얻어 노부부가 그나마 위안삼아 살아가는게 힘겹다.
올케의 얼굴에서 짜증이 베이고, 오빠의 눈치가 여간 어렵다.
"엄마! 아프지마. 올케 귀찮게 말고,.."
엄마 오래오래 사세요. 막내딸이 효도할 때까지..
하지만 끝내 못하고 돌아나서며 내 입에선 이런말이 맴돈다.
"여보, 우리 엄마아빠 건강하게 조금만 더 살다 가셨으면 좋겠어. 좀 아쉽다 싶게. 더 늙어 추해지면 속상해서 난 못살것 같아"
차가 흔들려선지 부쩍 멀미가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