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꿈 가족회식의 낭만!
일요일 저녁은 내게 가장 홀가분하다. 날아갈 듯 설레이는 자유가 피부에 와 닿는 시간이다. 아이들도 모두 나가버리고, 내외는 덩그마니 집이 넓어보이는 시간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선지 오늘은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고 운동하러 갈 엄두를 못내고 남편도 집에 있다.
지나는 말로 "이렇게 쌀쌀한 날엔 수제비가 제격이지" "우리 수제비 먹으러 갈까요?" 라고 말했다. 남편은 귀찮은 모양이다. 내키지 않는 듯 "아이들에게 물어 봐" 라고 했다.
잠들어 있던 딸에게 물었더니 잠결인지 '좋다'고 했다. 마침 며느리가 방에서 나오기에 물었더니 "좋지요, 어머니!" 방그레 웃었다. 며느리 좋으면 아들은 자동이다.
안방에 다시와서 "아이들 모두 가겠답니다" 전갈했더니 "아이구 난 정말 가기싫다" 그러는거다. 아이들에게 물어 보라더니만...
피곤한가보다 싶어 좀 딱한 생각 이 들어서 "그럼 아이들에게 취소하지뭐" 했다. "아버지 고단하신 모양이다. 다음에 가자!" 다시 안방에 오니 또 딴 소릴 하는거다. "아들보고 운전하라고 해요." 이런! 그럼 나간잔 말인가? "6시에 모두 나갑시다."
아이들에게 다시 "얘들아!~ 6시 출동이다. 모두 같이 나자가~" 5시20분쯤 되자 느닷없이 "출발 5분전~~~" 대장의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아들은 며느리랑 먼저 아채층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5시30분으로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딸냄이가 화를 벌컥 내는거다. 징징 울며 할 일이 많아서 조금 눈 붇치고 일 할려는데 자꾸 잠을 깨운다는거다. 시간낭비할 수 없다나...아찔했다. 잠결에 나가겠다고 했던 모양이다.
남편은 내게 말했다. '공연히 바람잡고 아이 힘들게 한다'고 딸 역성을 들었다. 아유!~ 이거 미칠지경이네? 분위기 멋진 가족회식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모처럼 흥분해서 회식 한 번 제안한건데 아주 불편하게 된 것이다. 나갈 기분이 아니다. 멍청하니 앉아있을려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불호령이다. 정말 이 기분으로 가야하나? 어찌 음식을 먹나? 더러운 기분으로 차 안에서 한마디 오금을 박았다.
"엄마 입으로 가족회식하잔 말은 오늘 이후 안 한다." 차 안은 금방 찬물 끼얹은 듯 침묵이 흘렀다. "어디로 갈까요?" 아들이 물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도록 해라. 누나 시간을 아껴주자."
화가 나서 밥이 독약이다. 모처럼 가족회식을 건의하면 즐겁게 응해 주는 것도 남자로선 봉사가 아닌가...간다, 안간다를 뒤집고, 게다가 딸과 합세하여 마치 내가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몰아세운 나쁜 인간. 무지 밉다. 이제 일주일만 견디어 봐라. 내가 말하나 봐.
지금까지 자기 기분 맞춰줄려고 내 기분은 얼마나 포기하고 살았는데.. 좋아. 나두 이제부턴 내 기분대로 살꺼다. 엉망진창이 된 저녁! 재미없다. 정말, 분위기 없는 남자, 바부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