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만난것도 이맘때 쯤일꺼다.
가을이 모두 꺽인채 마른 잎들만 수척하게 쌓인 만추의 계절.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면서 유난을 떨던 기억이 난다.
경관이 빼어 나다는둥, 공기가 좋다는둥....
시간은 앞뒤도 재지않고 그냥 달려만 간다.
벌써 3년째인가...
그녀는 풀룻을 배운다고 들었다
"주부가 무슨? 멋으로 하는 거겠지"
내심 호기심과 시기가 동했다.
단지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반듯한 외모와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유치원 자모 모임에서 그녀와 가벼운 인사를 한뒤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다.
집안 살림도 꽤나 정성 스러웠다.
여기저기 그녀의 손길이 눈에 띄었고 감각 또한 있어 보였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를 먼 세계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아니면 꿈을 꾸거나...
그녀의 사고 방식이나 삶 자체는 확실히 나와는 다르게여겨졌다.
아이교육에 있어서도 꽤 진취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치맛바람과는 사뭇 달랐다.
교내 행사가 있을때는 온 가족이 동원되는 열의가 있었고 아이의
학습적인 면보다는 내면을 가꾸어 주려는 모습이 다른 사람과 달
랐다.
풀룻을 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교육적인 정서함양을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그녀 역시 오랫동안 풀룻을 하고 싶은 바램도 있었다.
그녀의 생활은 늘 활기차다.
새로운걸 시도하고 또 도전한다.
내가 그녀에게서 배울 점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생활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을 잘 활용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최근에 그녀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게 아니라 자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역시 그녀다운 예기다.
그녀에게는 여러가지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선척적이든 후천적이든 거저 얻어진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제 그녀는 내 이상이다.
그녀가 생각하고 누리는건 내 꿈으로 다가 온다.
난 그녀와 절친하지는 않다.
약간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싶다.
꿈을 꾸듯이 그렇게....
전업주부_
우리주부들에겐 전업주부란 타이틀이 있다.
뜻은 좋지만
왠지 발전이 없는, 정지된, 그리고 제한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난 과감히 그 전업주부의 틀을 깨고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그녀에게 만큼은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엔터테이너 주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