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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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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일탈!


BY 남상순 2000-04-16

가벼운 일탈!
가벼운 일탈!


밤11시 영등포서 새마을호로 부산행을 하는거다.
간석 전철역앞이 우리집인데 동암역에 9시50분 집합이란다.
딱 한정거장을 서울쪽으로 가는거다.
제일 첫번 칸 타는 플렛홈에서 만나잔다.
정확히 9시50분에 간석역에가서 표파는 아저씨에게 말했다.

" 한 정거장에 얼마예요?"
" 500원" 싸래기 먹었구나!

500원내고 전철표를 받아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습다.
'한 정거장을 사면 어쩐대? 영등포까지 끊어야지...'
친구들이 내가 했다는 말을 듣고 박장대소 하는거다.
의사소통! 재미있다. 통하면 된다. 우린 통했다. 500원!

12명의 아지매+할매=할지매 들이 열차를 탔다.
새마을호를 50년만에 처음타 본 아지매들이 몇명 있었다.
승무원에게 구박을 한번 받았다. 자는 분들에게 방해된다고...
그러게 뭐라나? 밤차는 조용해야 한다고 했자나...하하하

새벽 3시40분이던가? 부산역은 한산했다. 아직 잠들어있는 부
산역에 도착한 일행은 마중을 안나와서 당혹했다. 책임자는 등
이 달았다. 전화도 두절!
비상대책을 세우려고 관광안내소에 갔다. 불꺼진 창이다.
잠시후 미끈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찜질방에 가실래요?"
새벽이라 쌀랑하고...으씰하다.
"안갑니다!" 딱짤라 말했다.

대낮이면 묻지마 관광이나 끌려갈까 기대되지만,
새벽에 혹시 새우젓잡이배 청소부로 끌려갈까봐...
나같은 논네는 마늘까는데로 잡혀간다는데...

다행스럽게 연락이 되었다.
새벽에 깨워주기로 한 기사 엄니가...그만 푹 자버린거다.
20분이면 나온다니...따끈한 우동집으로 갈밖에...
우동 반그릇씩 사줬다.
계속 한사람에 한그릇씩 사주지...이렇게 맛있는데...불평많다.

우리는 해운대로 달렸다. 관안리 해수욕장 불빛 현란한 길을지
나 해운대로... 송도탕이라나? 원탕이라는데 맞나?
해수탕인갑다. 찝질하다. 그런데 매끌매끌하다.
거진에서 버스로 7시간을 달려온 친구하나가 합세를 했다.

때빼고 광낸 아지매들 13명이 줄줄이 달맞이 고개로 올라갔다.
새벽달을 보내려고 올라간거지...그 시간에...하하하
달이 뜰리가 있나? 중천에 떠오른 해맞이가 되었다.
팔각정에 오른 여자들 한곡조 꽝!

넓은벌 동쪽끝으로...
내고향 남쪽바다...
초록빛 바닷물에...
얼어붙은 달 그림자...
이른아침 아름다운 합창을 선사하고...(누구들에게?)
춘원 이광수의 시를 비석에 써 놓았는데
한자 한글짜 몰라서 열받았다.
한자공부좀 제대로 해볼껄...

그리고는 꽃피는 동백섬으로 갔다.
아침시간이라 차량은 통제하고 산책객들이 걷고있다.
만개해버린 동백을 감탄하며 한바퀴 동백섬을 돌았다.
잠이 덜깬 동백섬이 마음에 든다.
오랫만에 마음맞는 벗들과 시덕거리며 새벽길을 걷는 맛이 일품
이다. 집생각 전혀 안난다.

어디서 아침을 먹지?
잘하는 설렁탕 집이 어딘지 조카에게 긴급 sos를 쳤다.
음...따끈한 장판방에 두다리 쭈욱 뻗고 먹고싶은데...
들어가보니...그런 곳이 없다네?
간단히 의자에 앉아 먹는 설렁탕! 필수과목 시험보듯 아침밥
먹었다. 아이구 졸려죽겠따. 나른하다.

이제 뭘한담?
해운데 바닷가를 걸어봐야지 그래두?
모두는 봄바다 아침의 해변산책을 했다.
나는 바다가 좋아! 나는 깊은 산이 좋다! 나는 평원이 좋아!
열변을 토한다. 모래밭이 좋다는 사람은 없네?

유람선을 탔다. 8000원 승선비가 아깝다 왜 모두 자는겨?
오륙도 돌아가는 뱃고동소리에 마냥 깊어지는 잠!
8천원내고 잠 한번 잘 잤다.
서울 한강 유람선도 못타본 주제인데...
해운대 유람선을 타봤다. 마냥 졸다가 자면서...

해운대에 시숙이 사시는데...일행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죄송
하다. 그러니 달맞이고개. 해운대 해변. 내게는 익숙한 곳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니...실은 좀 고달프다. 따라다니는 것
이, 하지만 어쩌나? 친구들이 함께 하는게 좋은거지 뭐어...
하필이면 왜 부산이었나? 훗!~

태종대로 향하여 달렸다.
태종대에도 시숙이 사신다. 또 통과.
오랫만에 태종대에서 봄바람을 맞는다.
그랜드캐년보다 더 좋다고 아우성이다.
지층의 벌거벗고 드러난 해변
태고적 신비가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사진찍느라 바쁘다.
그냥 보고 즐기면 누가 뭐래나?
관광객들이 버린 담배꽁초 얄미워 죽겠다.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었다.
옷깃을 여미며...겸허하란다.

멀리 유람선이 여기도 떠 있다.
발한짝만 잘못 디디면. 그냥! 낭떨어지에다, 바닷물로 풍덩이
다. 이른시간인데도 사람 벌써 많다.
자살바위! 모자상이 초라했는데...무슨 식당인지 시설물을 지었
다. 그간 바뀐게 바로 이 건물이구나!
하긴 자살하고 싶을정도 아름답다! 남해바다!

회를 꼭 먹어야 한다. 부산오면...
태종대 중리에서 한자락 폈다.
1인당 15000원에 회를 사고 매운탕에 야채와 밥을 준다.
난 아나고가 제일 맛있다. 꼬소하다.

일행과 헤어져 영도 시댁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다. 모두 해운대로 회먹으러 갔단다.
나랑 정반대 방향으로 가족들이 움직인거다.
도통 연락이 안되더란다. 내가 핸드폰 번화를 안드렸으니...
미국에서 온 동서랑 합세하기로 했는데...어쩌나
다시 부산역으로 나왔다.
해운대서 방금 왔는데 또 어찌 거길 간담?
왕복표를 바꾸지 말껄.

부산역에 표를 못구할까봐 몸달았으나...표 구했다.
시간이 일러 역구내에 있는 인터넷 무료써비스에서 접속했다.
간단히 홈페이지에 인사글 올리고...올리고...
쪼매난 할매 만장하신 여행객들 앞에서 토닥토닥...근사하제?
제멋에 산다. 금새 시간이 지나니...시간죽이는데 컴퓨터 최고
다. 무료 휴대폰 충전소도 있다. 멋져! 휴대폰도 충전했다.

차표를 간신히 구했으나 일행은 4호차인데...나는 7호차
외톨이 왕따가 되어버린 나는 무작정 4호차로 탔다.
다행스럽게 기꺼히 자리를 바꿔주었다. 바꿔 역시 바꿔!
무박2일 여행! 다시는 안할란다. 너무나 피곤해.
잠은 남편하고 집에서 자는게 최고다!

친구가 좋긴 좋다.
누가 시켜서 이짓을 하고 돌아다니나?
가벼운 일탈~ 정말 잼있다. 하지만 탈났다.
일이 힘들고 몸이 말이 아니다.
며칠 고생할 것 같다.
추억하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