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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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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풍경(식목일)


BY 남상순 2000-04-05

오늘 아침 풍경(식목일)음악 칠갑산

식목일 아침풍경


엊저녁 식구대로 오늘 아침은 자유! 오 자유!란다. 출,퇴근에, 교재
연구에 고달프던 딸은 깨우지 말란다. 아침밥은 굶을테니까...신경쓰
지 말라고...

남편은 어제 미리 수련원에 가서 하루종일 나무랑 잔디를 심고와서
무척 고달픈 모양이다. 어김없이 새벽기도야 하겠지만, 출근은 없다.

며느리에겐 내가 일렀다. "아침밥은 내가 할테니 코가 삐뚜러지게
잠좀 자거라!" 아들녀석이야 날마다 휴일이니 특별한 날일것도 없다.

일단 내가 모처럼 가족들에게 휴일을 선사하기로 결심했다. 그저 원
하는대로 쉬므로 새삶을 충전토록 돕기로...아침밥 먹으라 보채거나,
출근독려를 하지 않는 작은 자유를 기분좋게 선물하기로...

그런데 이걸 어쩐담? 1층에 새로 이사를 오는 모양이다. 온통 번거
롭다. 휴일을 이사일로 정한거다. 며칠째 신나냄새가 12층까지 상승
해서 견딜수가 없었는데. 이 아침엔 8시부터 드릴로 무슨 구멍을 뚫
는지 요란하고 두둘기고 끌고 아찔하다. 생지옥을 연출하는거다.
이건 정말 무시무시한 고문이다. 우리는 12층인데도 이정도니...!
아파트 살이에 무어라 원망할 수 있으랴! 그들은 휴일을 골라 이사했
고, 우린 휴일이라고 휴식을 꿈꾸었던거다. 꿈도 야무졌지!

딸이 몹시도 억울해서 불만에 투덜거리고 잠못이룬 것을 하소연한다
모처럼 아침밥 내가 하노라 인심쓴 것도 별것 아니게 되어버렸다. 온
집안은 견딜수 없는 소음공해로 휴일아침 망쳤다.

이현이는 어김없이 깨어 온 가족을 활력있게 만들었다. 이현이도 휴
일 아침의 꿈을 망쳐논 장본인이건만...모두들 이현이에겐 사뭇 너그
러운데, 1층집 이사소란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게, 식목일에 왜 집에서 잘려고그래? 나가서 나무를 심지!"
대답은 간단하다. "나무 심을 땅이 없어." " 베란다에 바이오렛이라
도 심어!" 온가족이 한마디씩 자책을 해도 소용없고 딸시 쉐이크를
만들어 대령해도 휴일아침 한풀이가 안되는 모양이다.

즐거운 휴일! 졸지에 망쳤다. "우리에게 휴일달라! 아니면 아파트에
서 탈출하자!" 처음부터 휴일에 잠자려던 꿈! 꿈깼다! 아파트살이 서
럽다! 흙이 좋아! 고향이 좋아! 매캐한 황토흙 냄시 그리운, 창호 가
득 햇살 번지는 시골집이 그리워!~ 채송화 쑥갓 향기 줄장미 어우어
진 누렁이 컹컹 짓는 고향 집으로 날 보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