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3,224

향그런 엄마의 관을 쓴 수진이!


BY 남상순 2000-03-21



엄마의 관을 쓴 수진이


오늘이 수진이(나의 며느리 이름)이가 어머니의 높은 관을 쓴지
꼭 50일이 되는 날입니다. 수진이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엄마학
교에 입학한 후 위선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먹는 것을 포기한 것입니다. 수진이는 매운것 자극성이
있는것 들을 포기하였습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데 해롭다는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먹기 싫은 것들도 아기에게 유익
하다면 서슴치 않고 먹었습니다. 먹는 즐거움을 아기를 위해 기
꺼히 조정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잠도 포기하였습니다. 밤새워 아기의 잠시간에 시차조절을 하
고 있습니다. 아기가 깨면 함께 깨고 아기가 자면 그 시간을 조
금 빌려서 잡니다. 날밤을 새다시피하여 아침에 뿌시시 한 채
눈이 뻣뻣해도 아기에게 원망하거나 밤새 괴롭혔다고 미워할 줄
을 모릅니다. 그저 예뻐서 새날을 비틀거리며 시작해도 고달픈
줄을 모릅니다. 아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한
보상으로 알고 만족합니다.

수진이는 모든 만남을 아기를 위해 기쁘게 포기한 것입니다.
엊그제는 친구들이 저녁먹자고 내외를 초청했는데 아기가 거기
다녀오면 피곤할 것이라며 포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기를
위해서 자신의 즐거움이을 얼마든지 포기할 자세가 되어 있었습
니다.

엄마가 된 수진이는 아주 이상해졌습니다.
더러운 것도 모릅니다. 아기의 똥기저귀를 치우면서 더럽기는커
녕 냄새도 좋고 똥누는 모습을 아빠에게 보라면서 이뻐죽겠다고
합니다. 아기가 똥누는 시간을 조금 늦추면 자기가 변비에 걸린
것처럼 안절부절합니다. 아기와 하나된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리고는 의사가 되어갑니다. 아주 박식해졌습니다. 신생아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갑니다. 아가의 얼굴표정에 순간순간 의미를
붙이기도 하고, 아기의 뱃속사정과 건강과 환경문제 해박해졌습
니다. 작은 세균하나에도 엄청난 시각으로 예민하게 대처하는
수진이는 가히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신생아 박사입니다.

수진이는 이제는 여자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되었기 때
문입니다. 엄마의 자릿한 행복을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행복한 엄마의 관을 쓴 우리 수진이가 사랑스럽습니
다. 아가의 몸무게가 늘어가면서 수진이의 행복도 쌓여갑니다.
아가의 키가 자라면서 수진이의 전문성이 깊어갑니다. 엄마의
향그런 관을 쓴 수진이가 점점 아름다워집니다. 고귀한 운치를
더해갑니다. 위대한 이름 엄마!의 관을 쓴 수진이는 거룩해져갑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