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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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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서리


BY 산골향기 2015-06-17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었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수 놓았고고  감꽃과 찔레꽃도 질펀 하였으며

아카시아와 밤 꽃도 있었고 가을이면 이름모를 들꽃과 야생화가 지천 이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콩서리 밀서리가 과도기를 거치고 있었다

그 이전 세대에는 동네 옥수수 등속이 서리의 대상이 되었는데

귀엽게 애교로 봐 주는 단계가 조금 지나고 닭서리를 할 라 치면

'송사로 이어지게 되는 시기였다

남의것을 서리 하기도 하였지만 서리꾼 속에는 정작 그 가정의 식구가 끼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도둑을 잡다 보면 자기 식솔이 섞여 있는 지라 물리는 걸 포기 하기가 일쑤였다

남의 것은 차치 하고 자기 밭의 콩 과 풋밀은 군 음식이 귀하던 시골 아이들에게

큰 군음식이 되곤 하였다

무더운 여름 한 낮 보리 베는 것도 지치면 나는 늘 하던 대로 보리밭 사이에 띄엄 띄엄 고맙게 섞여 있는 풋밀을 찾아 나선다

그 주위에 널려 있는 솔가지등속을 주워 다가 밭 한켠에 불을 피워서 밀 이삭 묶음을

불에 그을려서 (시골 말로는 꼬실라서)  불 위에 떨어진 밀 이삭을 골라서 비벼 먹는 재미는

누가 알 까 두렵다

나이가 들고 시간도 흐르고 그 지겹고 힘든 시골 생활을 청산 하고 소위 도회지에 나와서

사는데 여름만 돌아 오면 그놈의 풋밀 생각이 간절 하였다

고대 하던 밀씨를 구하고 씨를 뿌려서 이삭만 자른 다음

팬에 구워 손으로 비비고 잘 까불러서 먹으니

그 맛하며 충만한 행복감이 번진다

막내는 나보다 더 밀을 좋아 한다

바빠서 올해는 그냥 넘어 가나 했는데

세번의 시도 끝에 기어이 풋밀 맛을 보고야 말았다

일년 내내 통밀 밥을  해서 먹으니 건강에도 좋은 것 같고 머리도 맑고

피도 맑아 진 느낌이다

생각이 수시로 바뀐다

그 힘들고 지겨웠던 농업이 이젠 성업으로 느껴진다

전업농 보다는 자가 소비용으로 취미 삼아 해 보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으니 나이 들어서도 땅은 우리를 마다 하지

않으니 늙도롤 해야 할 일이 농사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