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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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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락방...4


BY 사랑 2014-09-19

춥고 힘들었던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아직 살얼음 밑으로 개울물이 흐르고 버들강아지가 살포시

고개들며 나오기 시작하는 이른 봄이라 농사철두 아니구 그녀의 엄니는

여전히 머리에 생선을 이구 이 마을 저 마을로 팔러다닌다
장사를 해서 먹을 것도 있을법 한데 엄니는 틈틈이 나물캐러 허리춤에

다리끼를 매달고 산으로 올라간다.
곰취, 곤드레, 홋잎 나물들을 뜯어와 시퍼런 나물에다 좁쌀 한줌씩을 넣어서
죽을 쑤어서 끼니를 때우곤 하였다.
온통 퍼런 나물속에 간간히 희긋희긋하게 보이는 좁쌀들...그렇게 시퍼런

죽을 먹은 그녀의 세가족...똥을 싸면 그 똥이 시커멓게 나와 짐승의 똥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씨를 뿌리는 농사철이 되어 그녀 엄니는 생선장사를 잠시 쉬고 품앗이를

다시 시작하며 아이들을 돌볼수 있었다.
이웃집에서 감자 씨 놓는 날이라구 일꾼들 점심이며 참을 해달라고 불러

4살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가마솥에 밥을 짓고 누릉지를 긁었는데...주인딸이 욕심을 부리고 그녀에게

나누어 주지를 않는다.
주인 아주머이가 한 반데기 집어 주면 좋으렸만 자기 아이에게만
쟈좀 줘라 나눠먹어라 말로만 하구 챙기지 않으니 주인집 아이는 손톱만큼

떼어 주는 시늉만하고는 줬는데 다 먹었다며 그녀에게 가재미 눈을하고

흘기며 째려보구 어른들이 보지않는 틈을 타 슬쩍슬쩍 그녀를 꼬집기 까지 한다.
그녀는 손톱만큼 떼어주는 누룽지라도 얻어먹으려구 꼬집히면서도

아프단 말도 못하고 그져 누룽지의 고소함에 취해 그맛을 음미하고 섰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엄니는 주인 눈치보느라 누룽지 한 반데기 집어주진

못하구 속만태우며 안절부절이다.
오후 참까지 다해 나르고 남은 밥 한 바가지를 얻어 가지구 집으로 돌아온 그녀...
점심도 세식고 모두 그집서 먹었구 저녁은 얻어온 밥으로 해결했으니

그날 하루는 죽이아닌 밥으로 지낸 그녀 배부르고 등따시니 부러울것이 없다.

햇살이 제법 따사롭기 시작하고 모내기가 한창인 봄...
그녀의 엄니 배가 불러 오기 시작을 한다..그녀에게 동생이 생긴 것이다.
임신을 한 몸이지만 그녀 엄니는 쉴 틈이 없이 일을 한다.
논일이며, 밭일이며 일 있을때 돈을 벌어야 하기에...얼른 벌어 집도 마련해야고
남편과 살림살 준비도 해야기에...억척같이 일하고 악착같이 돈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또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다.
그녀에게 이쁘장한 여동생이 생긴것이다.
그녀는 엄니 배속에 있던 아가가 그녀의 눈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엄니가 아가를 낳으니 외할머이가 내려와서 멱국을 끓여 첫국밥을 해주곤

다시 올라간다.
삼일동안 오르락 내리락하며 멱국을 끓여준 외할머이는 며느리 눈치를

보느라 더이상 해산을 한 딸을위해 내려오지 못하고 말았다.

나흘만에 그녀 엄니 자리털고 일어나 손수 밥짓고 귀저기 빨고...그래도

그녀 낳았을 때 보단 낫다.
그녀를 새벽에 해가 휜히 떠오를 무렵 낳았는데 첫 국밥은 윗동서가

끓여주고는 건너마을 친정으로 피신(?)을 가버려 그날로 일어나

저녁밥을 짓는다.
해산한 몸으로 누웠는데 오후가 되어도 윗동서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건너방에 계시는 호호 시아버지(그녀의 할아버지)가 춥다구 아궁이

군불때라고 악을쓰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나가보니..
가마솥도 씻은듯 비어있고 저녁지을 물도 없어 새벽에 해산한 몸으로

동네 어귀에 있는 우물에 나가 열두동이 물을 이어다 가마솥에 소 여물끊이고

저녁지어 먹고나니 윗동서가 들어온다.
엄마손에 이끌려(자기 딸이 아이낳은 동서대신 저녁밥 지을까봐) 건너마을

외가에 갔다온 그녀의 사촌언니 하는말..
작은 엄니, 작은 엄니 울엄니 외삼촌한테 혼났다.....작은 엄니 애 낳는데

안해주고 친정와 있다고..
외삼촌이 작은 엄니가 물동이 이고 가는거 봤다고..엄니한테

니 동서 병신만들게 생겼다고..인정머리 없는 것이라고 욕했다.....

그러니 삼일동안 멱국 받아 먹었음 호강한것이지 ..

일주일 정도는 집 살림하고 아이들 건사하고 지내더니
가을 추수철이라 일손 필요로 하는 집이 많으니 한푼이라도 더 모을 량으로

쉬지않고 품팔이를 다니는 동안 그녀의 둘째 외숙모 입을 통해

온동네 소문을 만든다
그녀 엄니가 너무 극성을 떤다고..그녀 둘째 외숙모는 심술굳고 샘이 많기로는

큰 외숙모 저리가라 할정도로 성정이 불같고 못되어서 동기간이라도 시누가

잘 되는 꼴은 못 봐주는 사람이다.

어느새 가을겆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로 들어 서면서

엄니는 또다시 세상본지 얼마 안된 아이를 들쳐업고 생선장사를 나간다.
등에는 아이가 매달려 있고 머리에는 생선다라가 양팔에는 생선값으로

받은 곡식들....
그녀 엄니의 몸은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눈이 쌓인 겨울에도 엄니의 생선장사는 쉴 생각을 못하고 이어진다.
강원도 첩첩산중 하늘아래 첫 동네라 눈이 많이 오기로 소문난 산골에서...
눈쌓인 겨울길을 다니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몇개월 밖에 안된 아일 업고 생선다라를 이고 곡식 자루를 들고 눈싸인

겨울길을 다니면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수십번...

그려려니 일어나 툭툭 묻은 눈을 털어내고 가다가 다시 미끄러져

주저앉으며 아이 다리를 깔고 앉아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생선과 곡식들은 눈속에 쏟아져 나뒹굴고...

엄니는 사는게 서러워 울고...
그렇게 길~~ 고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녀는 다섯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