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7
"3년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사과를 샀거든요."
"그래요?"
"네..웬지 모르게 다시 오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 사람과 나의 대화는 5분을 넘기지 않았고 대화는 단답형으로 이여졌다.
가게에서 사과 7개 5천원어치를 구입하고 다시 지하철 타러 가면서
다시 한번 더 그쪽을 쳐다보았고 또 언제쯤이면 사과사러 방문(?)할까 싶은
그 마음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3년만에 다시 본 사람,
이 사람은 다리 한쪽이 심하게 불편한 지체 장애인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이 사람과 아무런 친구 사이가 아니지만
왜 5분간의 단답형 대화를 했는지는 이제부터 이야기 보따리를 풀께요 ^^
3년전입니다.
하루는 친구에게서 전화받고 친구부부가 사는 동네에 지하철을 타고 갔지요.
제가 사는 집하고는 7~8정거장의 거리이지만 가끔 스치고 지나갈뿐,
그쪽 동네에는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쪽 동네로 이사를 갔다면서 한번 오라는 말에
지하철역에서 내리니까 바로 옆에 시장이 있더군요.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친구에게 가져갈 과일, 특히 사과하고 귤...
과일가게를 찾아가는데 시장 한폭판에서 리어카를 끌면서 왔다갔다하는
다리가 심하게 불편한 나이는 저보다 4~5살 많을것 같은 남자 한분이
"사과하고 귤 왔어요 사세요~~~"
그 리어카 안에는 색깔이 이쁜 사과하고 귤이 잔득 실려있었지만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근처 과일가게로 가서는 과일을 구입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그분에게 손님으로,
사과와 귤 도합 각각 5천원씩 합해서 만원어치를 구입했습니다
친구 집에 가면 다른 친구들이 많이 올것 같았고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아저씨 많이 파세요.."
그런데 그분은 말하는 톤도 정상인과는 조금 다른 언어장애를 가진
그런 사람이더군요.
그러나 언어장애가 있으면 어떤가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그분에게 과일 구입하고는 친구 집으로 갔죠.
그 이후로 가끔 친구 집에 갈때마다 혹시 그분이 있는가 싶은,
보면 과일 구입할려고요 ^^;
그런데 가는날이 장날인지 가는날마다 그분이 않보이더군요.
물론 근처 상인들에게는 묻지 않았습니다 저의 생각에는 잠시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겼는가 싶었기에.
그렇게 3년이 흘러갔는가 봅니다.
오늘 병원에서 투석하는데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듯이
그분이 머리속으로 떠오르더군요
투석 마치고 그 동네 한번 가봐야지 싶은 마음이..
친구 집에도 한번 들려보는 겸사겸사.
투석 마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 올랐고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타고 가면서 오늘은 그분을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을.
10분후 그 동네 지하철역에서 내렸고 계단을 올라가면서 우선 친구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지 받지 않더군요.
그러나 시장에가면 그분과 그분의 리어카는 있겠지 싶은.
시장으로 들어가면서 시장 한복판을 살폈는데 리어카를 끌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그래서 들어갔던 골목으로 나올려는데
과일가게 하나가 보이더군요 예전에 리어카를 보았던 그 자리에서
5미터 조금 떨어진 장소에 그분이 과일가게를 마련했는지 보이더군요.
얼마나 반가운지 누가보면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서 왔는가 싶은.
그분에게 사과 7개를 구입하면서 3년전 당신에게서 사과를 구입했다는
그 말을 했는데 기분이 좋더군요.
아직도 그분의 나이와 이름을 모르고 여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신비감으로 남겨놓고 싶었기에
가방안에 사과 구입한거 넣어서 오는데 조금 무거웠지만
기분이 좋은데 괜찮았습니다.
사실 제가 사과를 좋아하는데 오늘 사과 맛은 꿀맛이 아닐지
그분,
가게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