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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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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서서


BY 석광희 2012-10-05

요즘 나이 육십은 명함도 못 내민다한다

 

그만큼 수명도 길어지고 건강에 신경쓰며 젊게 산다는 뜻 이기도하다

 

이번 추석에 집에서 몇 차례 손님 치르고 어머님께 다녀오고

평택 동생네 다녀온게 전부인데 어제 병원서 링거를 맞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예전처럼 녹두전을 큰채반에 가득  식혜를 한양동이 하지도 않는다

김장전에 지렛김치도 안하며 구워파는 김을 사다 먹기도한다

 

사실 팔자가 늘어진 셈이다

 

총각김치 몇십단을 혼자 거뜬히 해내고 김장은 한 접이 기본이던 시절도 있었다

마른고추를 수십근씩 다듬어 옥상을 오르내리며 말려 방앗간으로

여름이면 소고기 육수내서 항상 냉장고에 비치 해 둬야하고

믹서에 갈면 맛이 나질않아 콩을 멧돌에 갈아 콩국도 수시로 해야하며

옥상 텃밭도 가꿔야 했으며 손님 상차림도 하루가 멀다하고.. 

 

눈 뜨면 잠들 때까지 큰살림을 해 내던 시절이 있었다

 

시댁을가면 나는 공주요 친정에선 무수리 시절이였다

 

내가 그 많은 일들과 씨름한걸 아시면 어머님은 통곡 하실지도

 

시누님 두분  친정동생들 다섯을 결혼 시키고 아들과 딸을 결혼 시킨 후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맥이 빠지는 기분이였다

잠시 숨 돌리니 이번엔 손자가 나를 기다린다  어이쿠..

 

누가 시켰다면 못했을 터 

 

친정어머니의 갑작스런 마비증세로 친정살이가 시작되고

내아들을 키우시다 쓰러지셨기에 내가 하던일을 접고 들어앉았다

 

친정어머님은 괄괄하시며 호탕하신 인정 많은  팔등신이시고

시어머님께선 왕족같은 분위기의 비단같은 매끄러움과 뽀얀 피부의

아담하신 어른이시다

 

그럼에도 두 어른은 흡사 오래된 친구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어머님께선 친정살이를 흔쾌히 허락하셨는지도

 

언젠가 막냇시누님의 이혼위기로 자녀 둘을 내가 맡기도했고

친정 큰남동생 부부가 청각장애라 몇년간 조카를 내가 키우기도

지금 시조카 둘과 남동생 딸은 외국서도 수시로 전화를한다

 

세상엔 공짜는 절대없다 싶으며 흐뭇하며 대견스럽다

 

내가 그동안 살며 제일 힘겨웠던 일들은 집안일도 그무엇도 아니다

 

부모님이 떠나시고 여동생도 시아버님께서도 떠나시고

유난히 내가 이뻐하던 막내올케가 다른삶을 위해 떠나갔을 때

 

사람으로 인한 아픔은 치유되기가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나는 적당히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게되고

또 적당히 사람과의 관계유지도 하게되었다

계산된건 아니지만 사람으로 지치는건 이제 내겐 힘에 부치기에

 

살며 제일 아픈게 마음을 다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내마음이 편한대로 움직인다

집안 일도 교회서도 벗들에게도 내자신에게도

그래그런지 많이 평안하다

 

지치면 잠시 나를 쉬게 해주며 또 되돌아 봄도 현명하다고

이제야 생각 되어지니 나는 어리석은 사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