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은 포근해도 해질녘이 되면 제법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 또한 젊음과 늙음의 차이점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와 세월을 원망하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곤 한다.
용순이와 며칠 전 한 시간 넘게 통화 하였을 때 그러더라...
아직은 엄마가 돌아 가셨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 장례식장에서도 가족들이 다 모여서 무슨 잔치를 하는 거 같은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내내 어색하였고, 집으로 오늘 길에도 용찬씨 한테 슬퍼하지 않아서 이상해 보인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했다더라.
그렇지 용순이도 너도 나도.......
모두가 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문득 빈자리를 의식하게 될 때 그럴 때 밀려오는 상실감으로 인해 공허함과 싸워야 하고 허무감 같은 감정으로 인해 주책없이 눈물이 비집고 나오곤 하지.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지더라....
전에는 이 말이 제일 싫었지만, 막상 내 입장이 되고 보니 그렇게 되더구나.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고,,,,
옷 몇 가지 보내면서 그냥 보내기 뭣해서 몇 자 쓰다 보니 별 말을 다 하게 되는 것 또한 늙음의 증거 같다.
여러 말 필요 없이 그냥 우리 끼리 잘하고, 그 누구한테도 의지하거나 위로 받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잘 버티며 슬기롭게 생활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더라.
주위의 다른 가족들이 잘해도 탈,,,, 못해도 탈,,,, 모든 것에 꼬투리를 잡게 되더라.
내 경우를 말하자면 말이지.
너나 용순이는 나처럼 미련을 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자.
그것이 최선이고, 살길이지 싶더라.
건강하렴.
2013년 4월의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