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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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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쓸수록 더 좋아지는 체력


BY 매실 2011-05-17

난 원래 기초체력이 별로 좋지 못했다.

 

선천적인 것인지 어려서 골고루 잘 먹지 못해서 그런지 기가 약해서

조금만 움직이고나면 하루에 꼭 한번쯤은 누워서 충전을 해야만

다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고 1년에 한 두 차례는 꼭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해서 맏며느리가 되고 두아이 엄마가 되고보니

누군가를 책임져야할 위치라는 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같다.

도움 받을 곳이 없어서 순전히 내힘으로 감당해야 했기에.

 

이제 시집살이 할 일도 없어졌고 아이들도 다 자라 내 손 갈 일도 줄어드니

그간 단련된 체력을 쓸 곳이 없어져서 내몸을 잠시도 가만두지 못하고 다른 일을 벌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으니 혹시 우울증으로 발전할까봐 염려스러워서

더 그런 것같다.

 

집안 일, 회사 일, 교회 일,..그리고 틈틈이 여행

 

사람들은 나더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하느냐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젠 일을 벌이지 않으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물론 혼자 조용히 집안일을 하면서 충전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틈틈이 여행을 해줘야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내가 이다음에 죽을 때 가장 아쉬울 것은 아마 이 지구상 모든 곳을 다 가보지 못한 것일게다.

 

건강은 자신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나도 내가 언제부터 이만큼 건강해졌는지 모르겠다.

 

가장 큰 이유라면 그 동안 내몸을 많이 사용한 덕분이 아닐까?

맏며느리노릇,두 아이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바깥 일하는 직장인 노릇, 최근 몇 년간은 교회 봉사까지

할일이 너무 많아서 불평하기도 했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징징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감당해야만 할 일들이기에 억지로라도 해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 때는 조금 쉬고나면 또 힘이 솟아서 감당할 수가 있었다.

 

나는 원래 스케줄표가 꽉 차면 숨막혀하던 느긋한 성격인데

이제는 빈시간이 너무 많은 걸 못 견뎌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내가 좀 더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팔자 편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오히려 그게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 것같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나도 체크세대.

몸 여기 저기를 체크하고 고쳐가면서 잘 써먹어야할 나이에 접어들었다.

건강을 지키는 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고,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나도 처음부터 내몸을 잘 다스리진 못 했는데 주위 어른들을 보며 크게 깨달은 것이다.

7~80이 되어도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는 노인들과

60만 넘어도 기력이 쇠퇴해서 문밖출입을 못 하시는 노인들을 비교해볼 때

 

나도 언젠간 저 나이가 될텐데 둘 중 어느쪽이 될 것인지...

그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전자처럼 되고 싶다.

 

젊어선 사는 게 바빠서 누리지 못하던 것들을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노년

점점 사람의 수명은 늘어난다고 하는데 늙었다고 해서 방안에만 틀어박혀 살 수는 없잖겠는가?

 

내가 아는 두 분의 노인은 평생 힘든 일 한 번 안하고 곱게 사셨다. 

부유한 집안 형편에, 워낙 애처가 남편을 둔 분들이라

그 연배에도 평생 김장김치도,설,추석 쇠기도 혼자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거의 힘센 남편분들이 나서서 다 하시고 부인은 살짝 거들기만 하셨다니

나로선 얼마나 부러운 팔자인가?

 

그 분들은 달리 힘쓸 일이 없었고 그렇다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시지도 않았다.

 

고생을 안해서 그런지 연세보다 십 년은 더 젊어보이고 옷을 입어도 테가 나고 우아해서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삶이 그 분들을 더 갑작스럽게 쇠약하게 만들었는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음에도 70세에 접어들자마자 갑자기 기력이 쇠하면서

안팎 출입도 어렵게 되었고 한순간에 확 늙어버리셨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노인분들은 밤새 안녕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전혀 아픈 데도 없고 보약을 많이 드셔서 잔병치레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갑자기 노환이라는 이름으로 저렇게 기가 쇠해 말씀도 억지로 하실 정도라니...

 

몸관리만 잘 하면 요즘 70세는 얼마나 정정한데....

 

인간의 수명은 정해진 거라서 그렇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로병사야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사는 동안 얼마나 더 건강한 삶을 누리느냐는 내가 하기 나름 아닐까 싶다.

 

그래서 노동이든 운동이든 몸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