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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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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와있나?


BY 매실 2011-03-22

봄이라서 그런가 어찌나 피곤하던지 엊저녁에 조금 일찍 잤더니

새벽4시에 눈이 떠졌다.

조금 일찍이래봐야 12시 전일 뿐인데 신통하다.

 

기도를 해야지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쓸데없는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나의 지나온 세월....

후회가 더 많은 인생이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무겁고 힘들고 지치는 여정이었던 것같다.

 

때로는 부모 잘 만나 유복하게 자란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아래를 보면 나도 그렇게 불우한 편은 아닌데도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위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불행하고 우울해진다.

 

결혼은 내가 선택한건데도 힘들었다.

그저 힘들었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왠지 무겁고 항상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서 결코 가볍고 유쾌한 삶이 아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고 조금은 가볍게 살아도 됐을텐데 왜 그랬을까?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어서 그랬을까?

순탄하고 행복하기만 했다면 모태신앙인도 아닌 내가 굳이(?) 믿음의 길을

택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것을 못 즐긴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노는 게 나에겐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여러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고 함께 어울려야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혼자 조용히 들어앉아 있어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데

나는 후자에 속한다.

 

여행도 여럿이 왁자하게 어울리는 여행보다 혼자 다소 쓸쓸하게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보고 느낄 새가 있고 생각할 여유가 있어서다.

 

그렇지만 사람은 좋아한다.

어려서는 친구가 밖에서 기다리면 금새 가버릴까봐

화장실에서 바지도 채 못 올리고 뛰어나오던 나다.

 

다행히도 옆에 있는 친구들 대부분이 나처럼 음주가무를 싫어하는 편이라

그들을 만나도 그런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그저 밥먹고 차마시면서 사는 얘기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러저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결론은,

그래도 나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는 거다.

 

행복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여행을 가야겠다고 우기면 싫어도 억지로 져주는 가족이 있고

허구헌날 구석방에 틀어박혀 컴으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크게 태클 거는 사람도 없으니

아이들 둘과 지지고 볶던 때에 비하면 이 나이에 벌써 얼마나 호강인가

싶기도 하다.

 

역시 나는 긍정적인 유형인가보다.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올 때가 되어서 가끔 걱정스럽다가도

이렇게 스스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곤 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가고 싶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하루 이틀의 봄꽃여행을 가려고 두 건을 예약했다.

 

한 건은, 결혼기념일을 핑계삼아 남쪽지방으로 드디어 매화꽃을 보러 가기로 했고

두번째 건은 시동생들이 주선한 거제도 여행이다.

꿈에 그리던 거제도,외도....그리고 거가대교를 드디어 보게 된다.

 

새벽일찍 일어나는게 부담스럽지만 며칠간 워밍업을 하면서 준비를 좀 하고

오고 가는 기차안에서 자면 되겠지?

 

지난주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문화시간에 거가대교 자료를 만들어 보여주니

어떻게 바닷속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느냐고 아주 신기해했다.ㅎ

 

내가 직접 가보고 와서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그 때까지 참을 수가 없어서

벌써 해버렸다.

 

그들에게 무엇을 알려주면 좋을까 구상하는 일도 재미있다.

다음주엔 중국,한국,일본...인접해있는 세 나라의 특징과 다른점 비슷한 점,

문자, 언어, 건축양식 그런 걸 할 생각이다.

세 나라 언어를 다 배워본 나의 경험도 이야기 하고.

 

나와 취미와 적성이 똑같은 아들과 통화를 할 때면

나를 닮은 자식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같다.

 

장난 삼아 영어 중국어 일본어, 우리말을 다 섞어서 쓰곤 하는데

옆에서 듣는 사람에겐 가관일테지만 그 게 전공이라서 꼭 해야만 하는 아들을

위로하고 고무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엄마가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이렇게 맞장구 쳐주는 것을

아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즐겁다.

 

인생 뭐 별거 있나?이렇게 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