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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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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일(남편과 아들)


BY 박애경 2011-07-11

 이곳 영월 이란 곳에 뚝 떨어져서 살다보니

남편이나 나나 친구가 없고 아직은 이웃도 많이 사귄게 아니다보니

자연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보너스까지

얻게 되었기에 참 이사를 잘했단 생각이 절로 든다.

애들 교육 때문임네 하고 그냥 원주에 눌러 앉았더라면 아마도 부부 사이는 더 소원해 졌고

 갱년기와 맞물려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뻔 했을테니 말이다.

 

 저녁 퇴근시간이란 개념은 22년 결혼 생활에서 실종 된지 오래이다 보니

그냥 남편이 집에 들어 오는 시간이 10시이건 11시이건 그 시간 후에 산책을 나가게 되는데

영월읍내의 골목길 투어를 했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영월의 인구가 읍내 20,000명 아래이고  상경기도 미미하지만

6~70년대 탄광이 활기를 띠던 세월의 흔적을 아직도 찾아 볼 수 있는곳이 골목길이고

골목길 투어를 하면서 잔잔한 재미가 있었기에 여러번 돌고 돌았다.

어떻게 이삿짐이 들어 갔을까?가 우리에겐 관건이기도 한걸 보니

포장이사 라는 편한 세태에 참 길들여져 살았나보다.

 

 비 맞으며 걸었던  그날의 대화는 내심 훈훈한 김이 내 가슴속에 스며 들었는데

남편왈 "아들녀석이 군대에 가더니 아빠라는 남자의 삶을 이해해 가고 있는지,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저 엄마 편만 들더니  은근하게 아빠에게 친근감을

나타내고 있던데."

나도 아들의 오는 편지를 읽으며 애가 아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구나란 생각을

하던 차라 한마디 해줬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양육을 엄마가 다 하더라도 아들은 머리 굵어지면 거의 제 아비를

찾아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던데 말해 뭐해."

지금처럼 영월에서의 삶이 아니었으면 나는 나 잘난 맛에 애비를 이해 해가는 아들에게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의 영월 생활이 아들의 시각변화가 고마운 마음이 들게 했던 것이다.

 

 아들아!

결국은 너도 아빠가 될터이니 아빠께 더 위로가 되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