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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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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23


BY 미르엔 2010-12-15

사십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머리에 하나둘 흰머리가 늘어만 갑니다

가끔 머리를 깍고 들어오는 날이면 아내에게 염색을 해달라 그럽니다

 

한두번 해본 염색이 아니기에 아내는 능숙하게

염색약을 풀고, 내 어깨엔 비닐커버를 씌우고

그리고 빗으로 염색약을 묻혀서 정성스럽게

머리에 염색을 시작합니다

 

" 자기 우짠다냐... 벌써부터 이러면...ㅜㅠ " 라며

흰머리가 많아진 나를 재미있다는 식으로 놀려댑니다

" 이게 다 우리 먹고 살려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생긴거여~~ " 라고 말하자

" 그럼 성공한 사람들은 아주 백발이 되었겠군..ㅋㅋ " 라며

웃음으로 넘기는 아내의 말에 나는 본전도 못찾고 그냥 앉아

마루타가 된듯 아내의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맙니다

 

그런데 사십대를 바라보는 아내의 머리에도

요즘들어 부쩍 흰머리가 늘어나고 있었나 봅니다

여섯살 어린아들녀석이...

" 엄마도 흰머리 나한테 뽑아달라고 했잔아~~~ 

  엄마도 흰머리 무지 많던데.... 내가 지금 뽑아줄까 ? " 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만

이래저래 맘 고생이 심해서 생긴 것이라면....

 

하긴 아내도 말못할 마음 고생을 남편만큼이나 하고 살아왔을텐데...

겉으로 보이는 아내의 머리...

그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마음에...

"그건 아마 새칠꺼야~~" 라고 위로의 말을 아내에게 던지고 맙니다

 

멀지 않아 나도 아내의 머리를 염색해 줘야 하는 날이 오겠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