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곡예를 하듯 달려왔던 길 , 하얗게 뒤덮였다.
그 길을 나는 지금 혼자가 아닌 그 와 함께 가고 있다.
왜일까.. 눈물도 슬픔도 느낌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지금 처한 이 상황을 나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인양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또 다시 자동차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차 안 가득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상하다
그 지점.. 그 지점이었다. 자동차가 멈추어야만 했던 곳..
눈 발이 더욱 거세어져 간다
그를 실은 장례차는 멀리 눈 앞에서 사라져 간다
마지막 같이 가는 길 조차 이렇듯 우리는 떨어져야만 하는 것인가
한참을 기다려 견인차가 도착되고 몹쓸 자동차는 카센터로 견인되었다
부랴부랴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그는 어느새 단장을 하고 있었다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나보아요"
장례지도사의 말 한마디가 어쩌면 그리도 위안이 될까 '그래.. 당신은 꼭.. 좋은곳으로 갈거야 잘가..'
그 옛날 나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 때는 너무나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지를 못하였었다 그러나 난 지금 그의 꼭 감은 두 눈을 어루 만지고 볼을 어루 만지고 있다.
이제서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에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 잘가.. 뒤돌아보지 말고 잘가.. 이곳 절대 걱정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
화르르르.. 붉은 불꽃들이 앞으로 튀어 나올 것 같다 . 그러한 그곳으로 그가 들어간다.
앙상한 겨울 나무가지보다도 더 바짝 마른 몸. 타고 남을 재라도 있을까..
뜨거워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늘 가는 길 힘들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상념아닌, 상념들이 온통 뇌리속으로 뚫고 들어와 칭칭 거무줄을 친다.
콩콩콩콩 .. 잠시 소리가 들리다 멈추더니 잿 빛 가루되어 그가 나타난다.
아,,, 당신.. 한 줌의 재로 남았구나...
갑자기 참았던 슬픔의 덩어리들이 오열로 터트려진다.
얼마나 오열을 했을까..
사람들의 재촉하는 듯한 부추김을 받는다.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웩! 형언할 수 없는 메스꺼움이 눈 앞을 어지럽게 한다 마나 메스꺼운지 숨조차 쉴 수가 없다
아무리 토하려해도 구역질만 날 뿐이었다.
'살려줘; '
걷기조차 힘들어 그 자리에 쓰러지며 나 자신도 모르게 살려달라 뇌아리는 소리를 한다.
그때 언니가 화장실로 급히 데리고 가서 등을 치고 가슴을 쓸어 내려준다.
그러나 나오는 것은 간신히 뱉어내는 침 뿐..
머리속이 빙빙 돈다. 내 두 눈동자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나, 내가 어디에 있는거지? 나, 나, 어디에 있는거야? 속으로 내자신에게 되 물으며 둥둥 구름위를 걸어가듯
몽롱한 정신으로 장례차 있는 곳으로 걸었다.
그때 내 옆에서 걷고 있던 딸아이가 느닷없이 피비린내가 난다며 이상 행동을 한다.
'엄마, 이상해 피비린내가 너무나 심하게 나 너무 심해서 역겨워.. 그런데 통할 것 같은데 토해지지 않아
엄마, 피비린내 너무 싫어 너무 역겨워 괴로워!! '
말없이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순간 .. 내가 아닌, 나를 느끼며 무언가 내 안에서 호통을 친다.
'썩! 꺼지지 못할까?! 당장 꺼지거라!'
머리에서 화가나는 것이 아닌 가슴에서 무거운 무엇인가가 형언할 수 없는 무서운 화를 내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계속 이어지는 내안에서 일어나는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