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약2주동안 남편과 둘이서 만들던 2층 화장실 공사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래는 학원을 하던 곳인데 대형학원에 밀려 안 되니
그만 폐업을 하고는 지역아동센터가 들어오면서
남편은 계단에 있던 화장실을 없애려고 베란다 쪽에
새로 만들어 주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원래 학원이 있을 때부터 만들어 달라던 화장실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이번 기회에 2층 공사를 하는 김에
시작을 한 거였다
공사를 하는 사람을 데려다 견적을 받아 보니
장소도 협소하고, 일은 일대로 하기 힘들다고
난색을 표한다는 거였다
그 얘길 들은 남편은 자신도 설계를 하는 사람인지라
돈까지 들여가면서 남에게 부탁할 일 있냐고 자기가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남편은 워낙 꼼꼼하고 일에는 이력이 난 사람인지라 선뜻
결정을 하고 달려 들지만 나는 특히나 노가다(?)에는
문외한이라 더럭 겁부터 나고 힘들 게 뻔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공사를 하는 사람에게 맡겼다면 당장 벽부터 때려 부수고
일은 수월했겠지만 환경오염은 그만큼 더 됐을터...
남편의 꼼꼼한 성격과 그동안 설계를 해오면서 터득한
건축물에 대한 온갖 지식이 총동원 되어
있는 벽을 최대한 움직여 화장실 공간을 더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을 하였다
벽체를 통째로 옮기는 일이 공사하는 사람은
어림없는 일이라 했는데 그는 그걸 거의 혼자 힘으로
해내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건 정말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 시멘트 벽을 깨부수었다면 쓰레기 또한 엄청나서
환경을 그만큼 오염시켰을테고, 새로 벽을 만들어야 하니
또 돈은 돈대로 들게 되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화장실 공간이 확보되고나니 베란다 쪽 창문이
있던 곳을 벽으로 만들어야 완전한 화장실을 만들 공간이
생기는 거라 빨간 벽돌을 사다가 그와 내가 공동작업을
3일에 걸쳐서 해냈다
전문가가 했다면 자재비와 인건비까지 꽤 돈이 들었을텐데
우리가 고생한만큼 비용이 절감 된 것이었다
외벽만 쌓았다고 화장실이 그냥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바깥쪽과 면한 벽면에 안에서 다시 또 한 번의 블록을 쌓아
외부공기를 차단시켜야만 춥지를 않으니 그 작업을 거쳐
그 다음 수도, 배관공사를 또 남편이 혼자서 해내고
나는 보조 역할을 해주느라 나름대로 또 바빴다
원래 25일에 이사를 들어오기로 했기 때문에
그 날짜를 맞추느라 얼마나 몸과 마음이 바빴는지
어느 땐 저녁 10시까지 둘이 일에 매달리느라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는 날이 허다했다
바닥방수 공사를 하는 날은 온옷에 시멘트로 칠갑이 되다시피
엎드려 공사에 매달리는 남편 옆에서 보조를 하느라
나 역시 힘이 들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또 할 일도 없었기에 내게는
생소하면서도 힘든 일 투성이라 어찌나 힘에 겹던지....
남편은 어려서부터 노동에는 길이 들여져 단련된
체력으로 버티지만 나는 이만저만 힘이 드는 게 아니라서
재주 많은 남편 만난 내 팔자려니 여기다가도
불쑥 화가 날 때도 많았다
제일 힘든 바닥방수 공사가 끝나고는 하루 쉬고, 벽체 방수칠을 하고 드디어 타일붙이는 건 전문가에게 맡겼다
타일만 붙여 놓아도 그럴듯한 모습이 갖춰졌지만 가장 중요한
양변기, 소변기, 세면기를 놓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은 중노동이었다
첨부된 시공서를 보면서 하나하나 맞춰 가느라 하루 해가 꼬박 걸렸다 다음 날 양변기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다시 뜯느라 또 반나절을 소비한 끝에 완성이 되었다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서야 먼지구덩이였던 베란다가
화사한 봄처럼 탈바꿈한 모습으로 완성된 걸보니
"참으로 대단한 宋가이버(남편의 별명)이십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게 과연 우리 둘이 해낸 일인가 싶어서.
고생 끝에 낙이라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오늘 저녁엔 그동안의 피로도 씻어낼 겸
화장실 공사 마무리 기념으로 남편과 둘이 찜질방을 가기로 했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