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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BY 시냇물 2010-04-18

 

한동안 잠잠하더니 막내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이지만 워낙 까칠한 성격이라 친정 형제중 누구도 상대를 안 하려고 하는 아이다

(참, 아이라기엔 그렇고, 이제 50이 넘었으니...)

 

제부에게 전화 좀 해 보라는 말과 함께

그러마고 해놓고는 요즘 나이가 나이니 만치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후 7시가 넘어

동생에게 다시 전화가 왔을 때야 화들짝 놀라 생각이 났다

 

깜빡하고 전화 못해 봤다니까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형제가 그럴 수 있냐고

감정을 폭발시킨다

 

난 무슨 큰 죄나 지은 사람마냥 계속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건만

내 말은 들으려고도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서야 제부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통화를 해보니 전화상으로 얘길 하긴 그렇고

나를 만나고 싶다길래 저녁시간이라 멀리는 못 나가니 우리집 근처로 오기로 하였다

 

동생과 제부가 결혼생활을 하는 게 벌써 16년차란다

둘 사이엔 아이가 없다

워낙 동생의 성격이 까칠한지라 제부를 만난 건 7,8년은 족히 됨직하다

그렇잖아도 마른 사람이 바람불면 날아갈듯 더욱 야윈 게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내 짐작으로 정신적으로 엄청 시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이제 참고 사는 데도 한계가 온 것 같다며 털어놓은 이야기는...

 

동생의 알코올 의존증이 심해 제발 술만 안 먹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술을 먹으면 잠도 안 자며 밤새 사람을 괴롭히며 피를 말린다는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예전에 함께 살던 나도 충분히 겪어 본 일이라서  거짓이 아니니까

 

입에 담지 못할 욕설, 자기를 쓰레기 취급하며, 시집 식구들 욕이며, 친정 식구들한테도 차례차례 전화를 하며

다투길 여러 번, 마지막 순서는 꼭 자기한테 푸는 걸로 반복을 한다는 얘길 듣노라니

무어라 위로를 해 줄 말이 없었다

 

거기다 얼마 전엔 칼까지 들고 죽인다며 설쳐대서 밤에는 그 두려움에 잠도 못자겠다고 하소연하는

제부는 자기도 어떻게 할 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내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구 물어보는데

낸들 무어라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올 때 쯤이면 벌써 동생의 기색을 살피게 된다며 오늘도 분명 술을 마셨을테니

집에 못들어갈 것 같다며 PC방에 있다 동생이 잠들었을때 쯤 새벽녘에나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헤어진 제부가 몹시 불쌍해졌다

 

나 역시 가까이 사는 죄로 동생에게 전화가 오면 받아서 그 하소연 들어주는 수 밖에 방법이 없는데...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친정 5남매중에 자기 딴엔 머리도 제일 영리하다고 자부하는 데 정작 자신의 인생은 욕심만큼

안 따라주니 피해망상에 과대망상까지 겹쳐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본인이 그걸 인정하지 않음 도와줄 방법이 없다 싶으니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술로 인한 피해는 본인만 겪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겪는 피해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술 마신 사람은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하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 있는데 그걸 알기나 할까?

 

도대체 직장에 나가서도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고 그러다 자기가 먼저 죽는 거 아닌가 싶다는 말에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정도로 참고 살아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친정 식구들 역시 동생의 악다구니를 안 당해 본 사람이 없으니 이젠 누구도 상대를 안 하려 든다

 

왜 그렇게 영혼이 피폐해졌는지.....어떻게 해야 동생네가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