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주를 가게 되었다
내 나이 50넘어서 그토록 바라던 제주를 드디어 갈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두 혼자가 아니라 내 곁을 지켜줄 짝꿍과 함께...
사실 제주는 내겐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남들은 다 가는 섬이건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그냥 아끼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아낀다는 생각으로 나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혼자 아이 둘 키우느라 훌쩍 떠날 경제적 여력이 쉽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큰 딸 아이에게 "너 3학년 되면 우리 식구 제주도 꼭 가자!"며 약속을 했는데
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내겐 쉽사리 여유가 생기질 않았다
이제 아이들이 학교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겐 그나마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생겼고, 지인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대화 중에 제주가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왠지 남같지 않고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람마냥 마음이 편해진 걸 보면 인연은 인연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가면서 우리가 합치는 건 내가 딸아이들 결혼시키고 나서로
잠정 결론을 내렸는데 올봄에 드뎌 큰 아이까지 결혼을 시키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는
합가를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양가 식구들과는 식사를 함께 하며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조촐한 예식을 대신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제주와 나의 인연은 나의 닉네임처럼 쉬임없이 흘러갈 것이다
내가 제주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남다른 까닭인지 이제 두 번째 다녀온 제주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기쁘게 하며, 서울내기라 진정한 고향을 못 가져 본 내게 비로소 고향이 어떤 의미인가를
알게 해주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제주에 갈 때면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특이한 사투리가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켜 많은 관심이 간다
그래서 처음 제주에 갈 때는 짝꿍에게 간단한 제주말을 배워 수첩에 적어놓고
마치 외국어 익히듯 몇 번이고 연습을 했는데 독특한 억양만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이번에 제주에 갔을 때는 일부러 제주 사람들처럼 사투리를 흉내내서 짝꿍에게
말을 했더니 웃으면서 받아 준다
그런데 자라나는 세대들은 표준어를 쓴다길래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후세들이 사용을 안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라져 버릴텐데 제주만의 토속적인 언어는
더욱 아끼고 살려 나갔으면 아는 아쉬움이 진하게 생긴다
이참에 본격적으로 제주 사투리를 배워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