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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캐나다 살고 있는 거 맞니? - 밴쿠버 알기(산딸기 사진 첨부)


BY *콜라* 2010-06-26

우리 아파트 옆 '버나비 마운틴 파크'에서 직접 촬영한

산딸기 사진. 지난해 담근 산딸기 잼을 아직 다 못먹었는데

올해도 벌써 빨간 딸기가 자기 먹어달라고, 봐 달라고 유혹하고 있다.



 

"우리 캐나다 살고 있는 거 맞니?

뜬금없이 왜?

, 수수, 현미 밥에 배추김치, 깎두기, 파 김치, 갓김치, 열무김치, 깻잎 김치

오이지, 풋고추에 조선된장, 찐 고추, 버섯된장국, 멸치 볶음. 한국에 살아도

이렇게 먹고 살진 않겠다. 우리 도 닦는 수도승이냐. 맨날 풀만 주고.

ㅋㅋ

 

아침 식탁에 앉은 우리 큰 아드님께서

반찬 투정인 듯 아닌 듯 불평을 해 댄다.

 

, 지난 주 삼겹살 두 번이나 먹고 축적된 지방이 얼만데, 미원이 부족해?

외식하자는 말을 우리는 늘 미원이 부족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정작 외식하고 돌아 온 다음날

혓바닥이 깔깔하다는 둥, 입안이 미끄덩 거린다는 둥

나름대로 내 조리법을 인정을 하면서도

가끔 그렇게 쌀밥에 고기반찬을 달라고 투정을 해 댄다.

 

15년 전 의사의 오진으로 배를 찢었다가 꿰맨 다음부터 

약간 결벽증 환자에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된 나는  

직장 다니면서 시간에 쫓겨 하루 4시간을 자면서도 김장을 30포기씩 하고

장사하느라 시간이 돈인 지금도 싱싱한 야채나 재료만 보면

그저 욕심이 나서 사오면, 빨리 김치를 담던가 반찬을 만들어야지

버리냐고

 

시금치니 콩나물이니 모든 야채는 딱 한 번 먹을 것만 사고

두부도 만들고 콩비지도 만들고

일 끝나고 들어와 헉헉대며 만들다가 내 스스로도 한심하다.

한의원에 가면 맨날 기운을 바닥까지 쓴다고 혼나면서도

아예 팔다리 부러져 드러눕지 않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니

나는 부지런한 여자 일복 많고 고생만 배터지게 한다고

딸 키울 때 일 가르치지 말라고 말한다.

 

다행히 밴쿠버는 30분 거리에 웬만하면 바다를 갈 수 있고

그 바다 어디서나 꽃게도 잡을 수 있고 조개도 캘 수 있다.

여름엔 1년에 한 두 차례 바다낚시를 가면

우럭이니 돔이니 낚시대만 넣으면 나와서 작은 놈 버리고 큰 놈만

냉동해서 가지고 오면 몇 달은 싱싱하면서 구수한 생선찌개를 해 먹을 수 있고

숙소에는 손님을 위한 큰 냉동고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

 

겨울에 밴쿠버 섬 포트하디를 가면

어선들이 장정 팔뚝보다 큰 동태를 버린다.

그 동태 맛, 한국에서 먹던 동태와 비교할 수가 없다.

2년 전 나도 다섯 마리를 얻어서 교회 아는 동생을 두 마리 줬더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며 두고 두고 이야기를 한다.

 

농약, 오염, 먼지, 화학비료 이런 위해요소와 거리가 먼 캐나다에 살면서도

농산물, 우유, 계란, 배추, 파프리카 등 모든 야채를

유기농으로만 사먹는 건 물론

식기세척기에 씻은 그릇도 반드시 다시 헹궈야 안심하는 나를 두고

남편은 아예 저기 외곽으로 나가서

직접 소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농사도 지으라고 윽박지르지만

마음 같아선 그런 생각도 없진 않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먹거리 때문이 아니라

농사짓고 짐승 키우면서 뭐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고

생선은 냉동고만 큰 거 사면 사철 내가 잡은 생선에 다시마니 미역을

한껏 먹을 수 있으니

이 밴쿠버는 정말 나에겐 천국 같은 내 세상을 만난 듯 할 때가 많다.

 

직접 잡은 생선은 바로 냉동을 해와서 냉동고에 보관해 두면

몇 달까지 회를 먹어도 괜찮다.

오히려 냉동하는 과정에서 멸균의 효과도 있다.

연어 낚시를 하면 반드시 2일간 냉동을 한 다음 조리를 해 먹는다.

 

직접 잡아 바로 냉동한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은 사실 조미료가 필요 없다.

큼직한 조개와 굴도 이 밴쿠버 인근 섬에는 널려 있어서

해물 좋아하고 음식 만들어 퍼 돌리기 좋아하는 나는

이민 후 몇 년 완전히 내 세상 같았다.

그래서 요리에 흥미를 붙이고 그러다 보니 솜씨도 조금씩 늘어 난 듯 하다.

 

암튼 공주과가 아닌 무수리, 돌쇠과인 나는

8월이면 지천에 늘려 있는 산딸기를 따서 흑설탕으로 잼도 만들고

5월엔 친한 장로님 댁에서 고사리를 꺾어 말려 다음해까지 먹는다.

동생들과 모여 집을 짓고 살기 위해 구입한 땅이 야산이 끼어 있는데

그 울타리 안에, 말하자면 집안에 고사리가 너무 많아서

순번 정해 놓고 주말마다 교회팀, 동생팀, 친구팀. 열 다섯 팀이 뜯어도

비 한 번 오면 새 순이 돋고 돋으니 뜯어도 뜯어도 없어지질 않으니 정말 신기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도로를 달리는 갓길 옆에도 고사리가 지천이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 옆 숲에도 고사리가 있고, 한국 남자들이 환장하는 복분자

산딸기는 그냥 밴쿠버의 가정집이나 하천이나 도로나 어디든 늘려 있다.  

두어시간만 따면 정력에 좋다는 복분자 한 항아리에 잼 담을 양을 딸 수 있지만

이것도 이민 초기에 다 해보고 시큰둥 해 지는 짓이다.

 

자연산 송이를 채취하던 첫 해

뭐가 송이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어른들을 따라다녔다.

 

이끼를 수줍은 듯 들추고 올라 온 하얀 송이 둥치를 처음 보던 날

산삼을 만난 심마니가 그런 심정일까.

 

근처만 가도 송이 향이 난다는 사람들 꽁무니를 쫒다가보니

'송이다' 하면 이미 내 것이 아니었으니

앞 사람이 내 송이를 다 따는 것만 같아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눈에 불을 키면 킬 수록 송이는 더 보이질 않았다.

오죽하면 내가 쓴 기사 제목이 '송이야 어디있니?" 였을까. 

 

에라, 니들이 다 캐 먹어라. 나는 산소나 마실란다.....

포기한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

따 온 송이를 얹어 송이 밥을 해서 고소한 양념장 만들어 비벼 먹으면 

죽인다. 

 

캐나다의 자연

어마 어마한 자원이 된 자연.

막강한 국력이 된 그 자연이 인간을 품고 사는 곳이 밴쿠버다.

 

오래 될수록 값이 나가고,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아하고

캐나다의 엔틱 경매장을 가면 고물상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캐나다 밴쿠버 이야기는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