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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강을... 2


BY 만석 2015-02-07

이런 호강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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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영감의 생일이다. 양력의 내 생일을 뒤 따라서 영감의 음력 생일이 달려온 게야.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지. 아침에 일어나니 모두 곤하게 잠들어 있다. 각 방으로 거실로. 아침밥이라도 좀 앉혀 줬으면 좋으련만, 주방이 거실과 통해 있어서 거실의 큰 며느님을 깨우기 싶상이구먼. 며칠 밤 고생했을 터이니 늦잠을 좀 자게 해야겠다. 시방 얼마나 단잠이겠는가.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며 두 늙으니 서로 처다 보고 웃는다. 큰아들네 세 식구와 같이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도 이런 적이 많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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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며느님보다 건너 방의 막내딸이 먼저 나와서 달강거린다. 곧 며느님들도 졸리는 눈을 애써 열며 주섬주섬 나온다. 어제 저녁에 남은 밥도 많지만 생일날 아침이니 워쪄. 새 밥을 하고 새 미역국을 끓이고. 어제 남은 반찬으로도 족하겠으나, 꽃모양을 한 샤브샤브를 메인으로 진수가(?)가 성찬이다. 남자들이 설거지를 맡고 제 댁들은 꽃단장을 하라 한다. ~. 좋은 세상이야. 난 저런 대접은 받아보지도 못한 것을. 돕겠다고 팔을 걷으니 얼씬도 말란다. 잔디밭 정원에 나오니 어제 밤에 벌써 주말여행객이 많이 투숙한 모양이다. 아이들이 뛰놀고 주차 된 차도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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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석모도의 낙가산에 있다는 보문사로 향한다. 자동차에 탄 채로 배에 오른다. 갑판에 나와 스낵으로 갈마기를 모으며, 보림이의 환호를 듣는다. 석모도에 오르니 생각보다는 넓다. 보문사의 눈썹바위를 향해서 419계단을 오른다. 운동량이 원체 바닥인 보림에미와 보림이가 걱정이다. 차라리 중도에서 기다리라 하니 기어코 동행을 한단다. 보림이가 계단을 오르며 아마 제 눈높이만큼의 계단만 보았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더는 못 간다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애비의 목에 올라탔으니, 이제부터는 내 아들이 고생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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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준다는 눈썹바위 밑의 <관세음 마애보살>. 에미가 여기에 욕심을 냈는가 보다. 그러나 정작 불당에 서서는 차마 시어미의 눈치를 보느라 합장은 해 보지도 못한다. 예까지 올랐으니 아무러면 어떠리. 난 괜찮은데 말이야. 그나저나 그녀의 소원은 무엇일꼬. 지금도 그게 궁금하다. 꿈도 야무지게 시어미의 건강도 빌고 싶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오백 나한>의 꼬마 불상이 귀엽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사위는 바짝 뒤따르며 가이드를 자처한다.

선덕여왕 때 지은 절입니다. 저 석굴 속의 불상은 우리나라의 삼 대 불상이라고 해요.” 한다. 이 사람은 도대체 모르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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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이는 할미가 손에 들려 준 솜사탕에 마냥 즐겁다. 구경하고 섰던 바람개비를 고모부가 그 마음을 읽고 손에 들려주자, 보림이는 아주 희희락락이다. ~. 숨이 턱까지 차오를라치면 적당히 쉴만한 곳은 있기 마련이지. 전망대에 올라 뒤돌아보니, 솔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절경이다. 아이들은 이리 찰칵 저리 찰칵 두 늙은이를 담지만, 이젠 사진에 찍히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그나마 곱지도 않거니와 작아진 키가 볼성사납지 않은가. 게다가 차가운 바람에 모자를 푹 눌러 썼으니 가관이겠다. 애들은 또 이런 기회가 없지 싶어서겠지. 머지않은 훗날에 내가 사라진 자리에서,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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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뭘 먹겠느냐는 물음에 망설임도 없이,

꽃게찜!”하고 웃는다. 기왕에 바닷가에 왔으니 먹어 보고 싶었던 걸 먹자.

그렇게 정해 주시면 우리가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하는 막내딸아이의 반색에 아들들과 사위가 인터넷을 뒤지고 예약을 한다. ~~~! 이런 멍청한 할망구를 봤나. 이 시절에 꽃게찜을. 값은 얼마고 또 냉동 꽃게가 제 맛을 제대로 내겠느냐는 말이지.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바보스러워도 적잖게 바보스러운지고. 나 먹고 싶었던 생각만 했으니 차~암 못 말리는 에미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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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치아가 성치 않은 영감과 며칠 전에 잇몸 수술을 한 큰며느리 생각은 왜 하질 못해. 이미 주문을 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푸짐한 게를 앞에 놓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 아들들은 포크로 살을 발라 제 댁과 보림이를 챙기고, 사위와 딸은 살을 발라 두 늙은이 먹이느라 정작 저들은 다 식어빠진. 이러니 늙으면 죽기 마련을 잘했지. 영감에게,

이 점심 우리가 삽시다. 많이 바싼 모양인데.”하니, 영감도,

그러지, .”한다. 뒤에 선 막내아들이 듣고는 질색을 한다. 솔찮은 가격에 약간 눈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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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션에 들어서니 이크~! 주차장이 만원이다. 비좁게 세 대의 차를 세우고 남자들은 아주 능숙한 솜씨로 바비큐를 준비한다. 숯불을 피우고 부채질을 하고 고기를 얹고. 언제 저런 걸 다 준비해서 싣고 왔누. 허긴. 팬션의 냉장고가 비좁다고 투덜대더만 그럴만도 했네.

이런?! ~. 아이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몇 점 좀 넘기면 좋잖은가. 영감은 일찌감치 자리를 뜨고 젊은 사람들은 와인에 쏘주로 각자의 적성대로 건배를 외친다. 아하~. 영감의 깊은 뜻이 여기에 있었구먼. 그러면 나도 자리를 비켜 줘야지. 제법 많은 량의 고기를 소화해 내는 저 젊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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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한단다.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12시 체크아웃이 버겁다. 점심엔 회를 먹자 한다. 수산물 시장에서 보림이가 있지도 않은 상어를 찾아내라는 바람에 점심이 늦어진다. 우와~. 50여 가지의 스끼다시가 나온다는 횟집으로 안내를 받는다. ~,

이 점심은 우리가 산다. 너희들 수고도 했고, 사실은 며칠 전 엄마가 로또를 샀는데 3등을 했거든. 그래서 한 턱 쏜다.”하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박수를 치며 흔쾌히 그러시라 한다. 백만 원의 당첨금으로 이래저래 인심을 쓰다보니, 남은 게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점심은 우리가 사자고 영감과 입을 모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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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아들을 공항으로 보내고 귀가를 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배가 너무 부르다며 도래질을 한다. 남은 것들 내놓고 밥만 지으면 되겠구먼서두. 갈빗살이며 목살, 닭가슴살 등 많이도 남았으니, 모두 나누어 가라 하니 모두 손사래를 친다.

오늘은 아무도 안 가져가요. 이건 누구의 것도 될 수가 없어요. 모두 엄마 거예요.”한다. 거기에도 깊은 뜻이 있음을 읽는다. 서로 갹출을 했을 터이니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게지.

그럼 며칠 뒤에 한 번 모두 불러 먹여야겠구먼.

~~~!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구경 한 번 잘 했네. 좋다. 기분이 차~암 좋다

 

할아보지와 보림이의 축구시합(팬션앞 잔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