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무료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문자가 제법 많이 쌓여 있다. 물론 읽기는 끝낸 것들이다. 하나하나 지워 냈다. 그러다가 엄청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며느리에게 보낸 문자의 답이 한결같이 ‘네~^^’하는 단답형(短答形)이더라는 말씀이야. 그렇겠지. 며느리가 시어미에게 뭐 그리 살갑게 할 말이 있겠어. 혼자 빙긋 웃고는 계속 문자를 지워나갔다.
오이~잉?! 있다. 제법 긴 문장도 하나 있다. 반가웠다. 코앞으로 바짝 끌어다 훑어보았다.
“어머니. 오빠가 굴을 먹고 싶다고 해서 굴을 사왔는데 어떻게 씻어요?” 허걱!
며칠 전. 내가 아래층에 있는데 작업대 위의 핸드‧폰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들여다 보니 아까 그 문자다. 굴을 사왔는데 어떻게 씻느냐고. 나는 그 문자 속에서, ‘어머니. 굴 좀 씻어 주세요.’라는 강력한 도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내 며느리는 생선의 눈이 무서워서 만지지 못하고, 오징어의 껍질이 징그러워서 닥달을 못하고, 굴은 흐느적거려서 만지지를 못 하겠다고.
주방을 들어서며 말했다.
“이 굴을 말이다. 네 딸이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해 봐봐. 용감해질 걸?!”
“아직은 못 먹는데요?! 후후후.”
어깨춤을 추며 애교를 떤다. 조금은 미안한가 보다.
이래저래 내 손녀 딸아이가 얼른 자라야겠구먼 ㅋㅋㅋ.
(엄마는 청소 중. 아빠는 설거지 중. 나는 엄마 청소를 돕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