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 너스레
오늘은 왠지 너스레를 떨고 싶다. 나는 지금 엄니 머리가 장해서 잘라드리고 있는 중이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었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측은하다.
“엄니. 쩌~기 큰 길에~.”
“이~잉?” 엄니 청력을 잘 아는지라 내 목청도 여리지는 않은데, 요새로 바짝 듣기가 어려우신가 보다. 그만 둘까 생각 중인데 엄니가 거울 속으로 날 올려다보며, 재차 물으시는 눈치다.
“큰길가에서 장사하던 할머니가요~.”
엄니는 작년 여름까지 가끔 큰길에 마실을 다니셨으니 알아들으실 만도 한데,
“길제네?”하고 시골집 이웃에 사는 칠촌 조카의 이름을 기억해 내신다. 목청을 한 옥타브 더 올려서,
“작년에 큰길가에서 장사하던 할머니가~.”한다. 아직도 못 알아들었다는 듯 배시시 웃으신다.
“큰길에서 장사 하던 할머니~”
“…….”
“우~~~c. 몰러유!”
잠시 뒤, 다 잊어버리고 혼자 말로,
“양쪽 두상에 머리숱이 다 빠져서 머리통이 예쁘게 되질 않네. 휴~! 아무래도 이쁘질 않아.”라고 구시렁거린다.
엄니는 머리를 잘라놓으면 정말 예쁘셨다. 뒷머리를 동그랗게 올려 깎아놓으면 얄미울 정도로 예쁘셨다.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옳은 말이로고.
“됐슈. 아주 이뻐요.”
“비기 싫다메~?” 오이~ㅇ. 그 소리는 어찌 들으셨댜?
“그 소린 들려유? 히히히. 아니, 전에 보다 머리숱이 적어서……. 전에 보다는 안 이쁘다구~. 워찌 그 소리는 들으신댜?”
“그른 소리니께 들리제.” 그냥 들어가시라고 하면, 언짢은 맘이 또 열흘은 가게 생겼다.
“쩌~기. 큰길가에서 장사하던 할머니가~켁켁켁.”
목이 따가울 지경이다.
“이~. 아까 그말이여?”
반가우신가?
“그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장사를 나왔시요. 헉헉헉.”
“아이구. 이 치운 날에~.”
“그러게나 말여요. 불쌍해서 뭐 하나 팔아줄라니께 살 게 없슈~ 켁켁켁.”
“아이구. 아들 벌이가 시원찮은 게 벼.”
“야. 엄니는 애비 덕에 호사하시쥬? 헉헉헉.”
“그랴. 난 에미 덕에 호사하지.”
휴~~~. 며느리 치켜세우시는 걸 보니 이젠 그만해도 되겠다. 켁켁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