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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 봉황의 높은 뜻을 어이 알리요


BY 만석 2009-12-10

 

봉황의 높은 뜻을 어찌 알리요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야 정상이다. 그렇다면,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렸다. 살기 어려운 시절이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 기운이 없으니 큰일이로구먼. 금방 닫았던 냉장고 손잡이를 놓지 못하고 사정을 해 봤자 냉장고가 산고를 할 리도 없고. 다시 열어봐도 먹고 싶은 게 없다. 음료수는 오라지게도 많이 재어놓았구먼. 과일은 천성이 고약스러워서 (과일을 싫어하는 나를 두고 영감이 늘 그렇게 말했다.)입에 넣기도 싫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거리는 영감을 바라보다가, 그이의 옆에 가 앉는다. 팔짱을 끼며 너스레를 떤다.

  "여보. 당신, 계란 후라이 자셔라……요."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신문을 든 채, 돋보기 위로 마누라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내가 먹구 싶어서……."
  "먹구 싶은 사람이나 먹지 왜 날보구 먹으래?"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눈이 자꾸만 커진다.

  "냄새 피우구 혼자 먹기가 좀 그래서 그래."
  "원, 별~. 후라이 해 먹는다구 아, 누가 뭐래?"
  "당신이 '먹는단다.' 하면서 시작하구, 나두 먹어볼까?'하구."
  "거, 참. 말 어렵게 하네. 아, 그냥 해 먹어."
  "엄니가 후라이는 안 자시니까 그렇지."
  "엄니 안 자시믄 어뗘? 먹구 싶은 사람이나 먹지."

  따는 그렇다. 엄니가 계란 후라이 해 먹는다고, 며느리를 나무랄 리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두 후라이 자셔라아~."
  영감의 팔에 칭칭 감기며 앓는 소리를 한다.
  "이상한 여자 다 보겠네. 왜 그래?"
  "나, 계란 후라이 먹고 싶은디……."
  "……."
  "먹자~요. 응?"
  "참, 별~."

  후라이를 익힐 때, 차라리 기름 냄새가 나지 않으면 좋겠다. 팬에 계란을 얹을 때에도 소리가 나지 않았음 더욱 좋겠다. 기름이 싫어서 계란 후라이는 입에도 대지 않으시는 엄니. 좋아하시면 엄니도 자시고 나도 먹고 좋겠구먼서두……. 엄니 방문을 열고 공연한 소릴 한다.
  "엄니. 사과 깍아드려유?"
  "싫여."
  "야쿠르트 디려유?"
  "싫여."
  "빵 썰어드려유?"
  "싫당께. 와 그려."
  뭐든 엄니를 먼저 먹여야(?) 나도 후라이를 해 먹을 것인데 도통 싫다고만 하신다.

  거실에서 내 하는 양을 바라보던 영감이 신문을 접어 한 손에 든 채 주방으로 들어선다.
  "왜 그래? 오늘, 이상하네."
  "엄니는 암 것두 안 드신다잖어~."
  "엄니 상관 말구 해 먹으라구~."
  휴우우~. 황새(영감은 키가 커서 별명이 '황새'다.)가 봉황의 이 높은 뜻을 어찌 알리오. 나는 그냥 안방으로 들어와 이부자리를 편다. 출출해서 잠이나 오려나 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