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엠은 아침부터 멋을 내느라 다른날보다 더 부산스러웠다.
엠 그녀 자신이 오늘은 특별히 이뻐 보여 한다며...
그 이유가 단지 쵸콜렛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함을 알고, 못내 못마땅한 나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따졌다.
"화이트 데이"란 자신의 마음을 미리 정해진 상대에게 주는
선물인텐데 그날 예쁘게 보이는게 무슨 상관이냐며 말이다.
그러나 엠의 생각은 달랐다.
초콜렛을 주려는 여자가 남친에게 그날따라 영 맘에 안든다면
당연 초콜릿은 다른 여친에게 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불성실한 차림새로 인해 받아야 할 몫의 한개라도 빼앗기는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마땅히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날 오후 엠은 자신의 바램대로 초콜릿을 하나 가득 받아들고 왔다.
엠은 그것을 축복이라고 여기며 한껏 부풀어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중 엠은 말했다.
"초콜렛 이쁘지. 커플링하고 함께 받았어."
커다란 상자에 담겨 있는 쵸콜릿 뚜껑을 열자 알록 달록 포장된 그것들이 반짝하고
나타났다.
눈에 띄는 색깔 하나를 얼른 집어들어 이리저리 살피자 엠이 말했다.
"그거 맛있어... 한번 먹어봐..." 하며 익숙한 솜씨로 포장을 벗겨냈다.
간결한 엠의 행동이 초콜릿과 잘 어울렸다.
쵸콜릿 상자에서 방금 나온것같은 엠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콤해지는는 순간이었다.
엠의 손가락에 커플링이 감겨 있었다.
반지를 바라보는 내 얼굴을 보며 엠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화이트 초콜릿을 건네주는 엠의 손가락을 감고 있는 반지...
반지보다 더 환하게 빛나는 엠의 미소.
엠은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게다가 젊기까지하 지 않은가.
가느다란 반지만큼 길고 하얀 엠의 손가락을 나른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 기억도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랬지만 흔하디 흔한 유행가
가락만큼도 떠올려 지지않았다.
엠의 손놀림따라 반짝거리는 링을 바라보며 어지럼증 같은 질투를 느낀 정도랄까.
그러나 그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엠을 그대로 두고 보기가 조금은 과하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이다.
내가 엠에게 느낀 황당함은 그것이다.
다음날 오후 엠과 가벼운 티타임을 갖는 중,그녀의 손가락에 다른 반지가 끼워져 있는걸
보았다.
분명 어제의 은색링이 아니었다.
18K로 보이는, 나비 모양 한가운데 큐빅도 박혀있었다.
어제 본 그 반지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고급스러웠다.
"그건 모야?"
내가 묻자 그녀는
"보면 몰라...? 반지잖아..또 받았지 모야...이눔의 인기는 식은줄을 몰라"
그렇게 툭 내뱉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게 아닌가.
"그럼...너...어제 그 반지는?"
물을 기회도 주지 않고 일어서는 엠의 등뒤에서 애써 태연한척 물었다.
그리고는 흐느적 거리며 사라지는 엠의 등짝을 가시눈을 하고 찔러댔다.
가시눈이 별 효험이 없자 한마디했다.
이번엔 애써 태연한척도 않았다.
"주는 반지 다 받고...누구야?
니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하잖아.
그리고 널 좋아하는 애가 상처 받으면..."
엠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딱히 그럴 이유도 없으면서도 내 뱉은 말이었다.
그녀의 태도는 "화이트데이" 삼일째로 접어들면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날 엠은 말했다.
"나 처음에 받았던 반지를 끼고 다니기로 했어.
솔직히 반지는 에스가 준게 더 마음에 들고 이쁘긴해.
그렇지만 제이가 더 좋아.
그리고 제이가 처음부터 나를 생각하고 주었으니까...
에스한테는 조금 미안하긴해..
글구 제이가 나랑 사귀자고 커플링 준거 알면서 준거니까..
우리 둘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그런거 같아서 좀 그래.
그래서 오늘 반지 돌려줬었는데....
근데 어쩌지?
에스가 뭐라는지 알어?
너한테 준거니까 내꺼래.
자기한테는 필요 없다며 버리고 싶으면 버리래..."
가만히 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
"그래?"
엠이 조용히 내 앞으로 밀어준 반지를 얼른 집어 들며 잠시 바라보았다.
"너도 알다시피 니아빠 결혼하고 한번도 나한테 반지 같은거 선물도 안해줬잖니.
딸년 남자친구가 준 반지 애미도 한번 껴보자 뭐..."
하며 딸이 눈을 흘기는것도 모른척하고 잽싸게 손가락에 반지를 구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