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근처에 있는 예봉산에 갔다. 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지만 가끔은 하고 싶지 않은일을 해야할때도 있는법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살다보면 말이다. 그건 양보가 아니라 지혜라고 터득을했다. 양보해서 얻어지는건 없다. 그저 즐겨야한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길을 가자고 한다면 말이다.
등산코스는 여러갈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결국은 하나로 통하고 누구든 정상으로 갈 것이다. 큰맘을 먹었으니 정상까지 가기로 했고 그가 정하는 코스대로 따르기로 했다.
안개가 낀 아침이었다. 아니 실을 안개비가 흩뿌리고, 한차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산밑에 주차해둔 차안에서 커피도 한잔 마실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 오전이었다. 온통 안개낀 장관만 아니었다면 나는 또 트집을 잡고 집을 나서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날은 그랬다. 너무도 아름답고 다정스럽고 어디든 누구와든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날...
차분하게 가라앉은 수목들 촉촉한 땅을 밟을때마다 들리는 등산화의 둔탁한 발소리는 그대로 골자기 물살에 씻겼다. 아직도 쩌렁쩌렁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늘 듣던 바람소리처럼 편안했다. 뿌연 안개속을 걷는 오솔길은 분위기가 좋았고,오르막길은 너무도 힘이들어 안타까웠고 내리막길은 훨훨 날것같아 온몸에서 무게가 다 빠져나가는것 같아 선선했다. 힘들때면 제멋대로 생겨먹었다고 투덜거렸다. 멋있는 장관이 나타나면 감탄을 했다. 내리막길이 나오면 풀쩍풀쩍 내려갔다. 산이 제멋대로가 아니라 내가 제멋대로 뛰고 있었다.
아무렴.... 나처럼 그들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 배울점도 있을것이고 결국엔 그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될것이다. 산을 내려와 골짜기에서 손을 씻으며 물이 한결 차진걸 느꼈다. 어느새 땀은 식어 있었고 나는 산과 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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