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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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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관광아니라닌깐요!~


BY 햇반 2003-10-30

지인들이 말하기를 산이 있어 오른다고한다
나도 말 한다
산은 되도록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너무 안이하고 나태한 발상인가

 

산을 오르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 그 누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난 인생의 의미가 모두 산에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아~
난 도대체 언제쯤 산과 친해지려나

 

청평사를 가고 있는중간에 전화가 온다
자신과는 죽어도 산에 가기 싫어하면서 친구들과 가니 재미가 좋으냐는,
그건 애도 어른도  삐쳤을때 하는 이죽거림 그것이었다


하긴 남편마음도 이해가간다
심심찮게 휴일이면 함께 산에 가자는 남편의 제안
봄이면 꽃피는 가까운 동산에라도 오르자는,
여름이면 무성한 아름드리  숲 사잇길로 흠뻑 땀흘리며 산을 오르자는,
가을이면 조각조각 기워입은 이불마냥  알록달록 포근한 가을산에
겨울이면 눈꽃쌓인 겨울산에서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감상하고 싶어하는
남편의 제안을  다른쪽으로 유도를 하거나  아예 묵인해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니....

 

독서모임12명남짓의 가을나들이가 청평사란 말을 듣고 남편의 비아냥거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산도 절도 다 싫어하니 안가겠네 라는둥
그 힘든 산엘 어떻게 오를거냐는둥

청평사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에 있는 절로서
973년(광종 24) 승현(承賢)이 창건하고 백암선원(白岩禪院)이라 하였으나, 그 뒤 폐사되었고
1068년(문종 2) 이의(李勞)가 중건 보현원(普賢院)이라 하였다.
이의의 아들 자현(資玄)이 이곳으로 내려와 은거하자 도적이 없어지고 호랑이와 이리가 없어졌다고 하여 산 이름을 청평이라 하고 사찰 이름을 문수원(文殊院)으로 하고 중창하였다
1550년(명종 5) 보우(普雨)가 청평사로 개칭하였다
6 ·25전쟁으로 구광전(九光殿)과 사성전(四聖殿) 등은 소실되고 현재 보물 제164호인
청평사 회전문과 극락보전 등이 있다(퍼옴)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로 10여분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은 도로가 놓여져
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청평사 입구부터 청평사까지의 거리가 1.5km
산책거리로 적당한 거리이고 길도 완만하니  산의 모든 풍광이 그대로 내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가을햇살을 받아 유난히 붉은 단풍을 보며 터지는 환호성
계곡의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졸졸 따라다니는 가벼운 단풍행렬
좋은이들을 얻어 좋은 만남을 갖고 좋은것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는 우리들 모임이

가을산만큼이나 넉넉하고 정겨웠다

 

그러니 이제는 남편이 아무리 좋더라도  친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요
남편과는  별개의  충만함이니 그것을 알게 된다는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이 듦에 있어 추호의 서운함이 없다
잃으면 얻게 되리라는 진실을 또한 터득하는 중이니 말이다
그래서 산도  남편과 함께 가면 고행이고 친구따라 가면 즐거움이 된다는것을
그것을 남편이 알면  서운하겠지만   인생의 참뜻이 그러함을 어찌하리요

 

이런저런 생각으로 남편에게 불쑥  미안한 마음이든다
내일은 남편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가벼운 등산이라도 해야겠다
힘들다 투정도 안부리고 좋은안주에 동동주도 선뜻 내가 먼저 시키며
맛갈스럽게 술도 한잔 따라줘야겠다
술한잔 걸친 남편이 산과 인생에 관해 사설을 늘어 놓거든
옳거니 그렇거니 하며 장단도 맟춰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