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년 12월 15일 (화) - 날씨 : 흐림
벌써 12월 중순이구나.
한 장 남은 달력의 무게가
처량 맞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진다.
오전에 산부인과를 다녀왔단다.
물론 네 모습을 보았지.
전보다 많이 커진 것처럼 느껴졌어.
콧구멍까지 보여주며 신중하게 설명하는 의사선생님.
참 친절하셨단다.
너의 등뼈와 갈비뼈 손가락마디를 세심히 바라봤어.
심장의 움직임도.
그 소리는 북처럼 가슴으로 들려오더구나.
아가야.
이제 두세 달 후에는 널 눈으로 직접 보게 되겠구나.
아들이기를 바라는 주위 어른들의 바람에 조금은 부담스럽다.
누나가 있기 때문에 둘째인 너는 사내아이였으면 하겠지.
솔직히 나 자신도 네가 남자이기를 바란다.
그냥 거친 세상에 그래도 남자아이가 키우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러나,
하나님께서 다 필요하고 적절하게 선물로 주실거야.
네가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만을 기도한다.
세상에 나온다는 그 자체가 곧 축복이니까.
아가야.
그날까지 굳세게, 건강하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