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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52

유뽕이 시리즈 52 - 난 이제 지쳤어요


BY 박예천 2010-09-09

     난 이제 지쳤어요.


 

여섯 살 적 유뽕이는 가수 장윤정 노래를 좋아했답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가사도 틀리지 않고 한 곡을 거뜬히 불렀지요.

‘날 갖고 장난쳤나요. 사랑이 그런 건 가요!’라는 대목에서

오른 손을 살짝 흔들어주는 센스까지 관객에게 선사했습니다.

하여간 말도 못하는 녀석이 노래사가 청산유수로 읊어대는 꼴을 보면

엄마 아빠는, 차라리 재잘재잘 수다를 떨어라 했지요.

 

 


한두 해 나이를 먹더니, 제 딴에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나봅니다.

아니면 사랑에 대해 눈을 제대로 떴는지 입 밖으로 흘리는 노래가 바뀌었네요.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 어쩌고 합니다.

자기를 만나서 사랑을 알았고,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었답니다.

그럴싸한 노래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혹시 저 내용이 유뽕이의 속마음은 아닐까 엄마는 속으로 웃습니다.

짝사랑하는 여자친구라도 맘속에 두고 혼자 속을 끓이고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사실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유뽕이가 한 인물 하거든요.

일학년 때는 시집오겠다던 여자친구도 있었답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녀석이 올해 열두 살이 되었답니다.

선호하는 노래도 품격이 꽤 높아졌으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요.

 

봄비 내리는 화요일 오후.

미술학원에서 돌아온 유뽕이는 뭐가 신이 났는지 콧노래 흥얼거립니다.

멜로디를 듣자하니 꽤나 귀에 익은 음이네요.

앞부분은 대충 허밍으로 얼버무리다가 중간부터 후렴인지 센박자로 발사합니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 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 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너무 추워요...오~~오”

당신은 못 말리는 땡 벌.........,

겨우 익힌 가사만 반복해서 외쳐대는 모습에 엄마는 입이 딱 벌어졌어요.

얼마나 열중하는지 컴퓨터 모니터가 거울인양 들여다보며, 왼손은 주먹을 진 채

마이크 대용으로 입가에 대고 있더군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땡벌이 된 유뽕이.


도대체 뭐가 지쳤다는 겁니까.

감히 이 어미 앞에서 까불고 있으니 볼기짝이라도 갈겨 줄까 고민 중입니다.

인생 쥐뿔도 모르는 녀석이 지쳤다느니, 혼자 있는 밤이 춥다느니 버럭 거리고 있는 꼴이 참.......,껄껄 웃지요.


몸살 앓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한 유뽕이만의 이벤트라고 여깁니다.

그도 아니라면, 들쑥날쑥 봄답지 않은 바람 차가운 날.

꽃가루 앞에서 꽁꽁 얼어가며 떨어져 죽은 벌들을 위한 노래라고.

우리 집 마당 꽃나무 찾아온 벌떼 들이 차마 날지 못하고 꽃잎 따라 내려앉았거든요.


과연 유뽕이는 얼마동안 지쳤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댈지 모르겠습니다.

인상까지 팍 쓰고 진지하게 지쳤노라 호소하는 자세를 보노라니,

저것이 수다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에게 투정하는 제대로 된 언어라면....,

작은 소망이 꿈틀댑니다.


사실은요......., 

엄마가 먼저 지쳐버릴까 조금 걱정이 되거든요.

 

 

 

 

 

2010년 5월 11일

땡벌 신나게 부르는 유뽕이 바라보다가.




<땡벌 유뽕이.. 햇살 포근한 지난 주말엔 마당 우물가에서 이런 짓(?) 하며 놀았답니다.^^

뒷정리는 늘 아빠 담당이지요ㅎㅎㅎ>




 


0개
물뿌리개 2010.05.14 11.33 신고
예천님~ 마당넓은 집으로 입성하신거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수퍼타이 한통,휴지 한묶음) 보내드려야 할텐데...ㅋ 유뽕이에게도 예천님과 사진작가님께도 안성맞춤의 집인듯 해요.. 유뽕이는 앞으로 더 많이 많이 행복해 질 거예요..언젠가는 유뽕이가 "나는 행~복 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런 노래도 부르게 될거예요~~  
  박예천 2010.05.14 11.42 수정 삭제 신고
아! 물뿌리개님....정말 반갑습니다.
울 유뽕이는 님의 닉네임처럼 실제 물뿌리개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수돗가에서 물장난하는 사진에 초록색 코끼리 물뿌리개 보이시나요?
녀석은 물을 잔뜩 담아 입으로 바람을 넣고는,
자기가 코끼리 소방수라고 한답니다.
유뽕이때문에도 마당있는 집으로 서둘러 이사를 왔지요.
수퍼타이와 휴지보다 귀한 댓글을 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지치지 않고 잘 버티도록 지금처럼 지켜봐주실거죠?
물뿌리개님도 행복한 나날 되시길 빌어요^^  
초록이 2010.05.13 08.35 신고
유뽕이가 벌써 12살이네요
듬직하고 둥글둥글하니 아직은 귀엽기만한 유뽕이
볼에 살이 올랐네요 ㅎㅎㅎ
크면 개그맨 김용만아저씨스타일의 미남자 될거 같은데,,,ㅎㅎ
오늘은 아주 맑은 날입니다
예천님, 기쁜 하루 되세여  
  박예천 2010.05.13 10.03 수정 삭제 신고
초록이님 반갑습니다.
유뽕이가 파마를 하더니 얼굴이 더 동글동글하지 뭡니까.
볼에 살이 오른정도가 아니고,
뱃살도 볼록하니 걱정이지요.

어제는, 녀석의 뱃살을 꾹 누르며
"어머? 엉덩이가 여기있네!" 했더니
엉덩이 아니라고 똥꼬쪽을 가리키며 징징거리더군요...ㅎㅎ
장난치다 웃고.....한숨 쉬고,
그것이 저의 일상입니다.
댓글 감사드리고, 초록이님도 복된 하루 되세요^^  
모퉁이 2010.05.13 08.10 신고
휴~예천님이 지쳤다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유뽕이를 우리는 알잖아요.
예천님이 지치면 안된다는거 우리는 알잖아요.

그림도 잘 그려 노래도 잘 해..
헬레네님 말처럼 어느날 유뽕가수 태어나면 그때 나도 아는 가수라고 해야지...ㅎㅎ
출근 전에 잠깐 들어왔다가 글 보고 갑니다.
오늘은 종일 땡벌 땡뻘 뻘뻘거리게 될 예감이 듭니다.
아침에 처음 들은 노래가 종일 입에 머물잖아요.^^  
  박예천 2010.05.13 10.01 수정 삭제 신고
정말 그렇지요? 지치면 안되는 건데.....
저는 또 엄살부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앞날이 막연하다고 생각되어지면,
한 없이 가라앉곤 합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장애아 부모가 아니어도 누구든 그런 삶이겠지만요.

뵌 적 없는 모통이님께서,
어디선가 하루종일 땡벌을 외친다는 상상에
웃음이 나오네요.
덩달아 저도 흥얼거릴것만 같네요.
댓글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헬레네 2010.05.12 23.39 신고
절대음감 이라면 ,,,,,,,,, 혹시 유뽕이가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가수가 되어 우리앞에 나타나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도 합니다 .
예천님 ,,,,, 지치지 마시고 기대 하셔도 될것같은 예감 ,,,,,,
제 생각 입니다만 노래가사도 언어잖아요 같은 언어를 노래만
하란법은 없죠 분명히 주고받는 언어도 어느날 기적처럼 줄줄,,,,,
자유자재로 구사할 거라 믿고 싶은데요 .  
  박예천 2010.05.13 09.57 수정 삭제 신고
유뽕이시리즈를 올리면서,
넋두리 삼아 풀어놓는 것에 만족하자 했지요.
그러나 헬레네님처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갑절의 힘을 얻습니다.
저보다 먼저 가능성을 발견하시고,
희망섞인 위로를 주시니 말이지요.
늘.....고맙습니다.  
오월 2010.05.12 11.29 신고
유뽕이가 살이 좀 찐거 같아요?
그리고 엄마 아니지만 유뽕이 한 인물 하는거 동감합니다.
단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않고
노래는 따라 부르나 봐요?
참 세상은요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시끄럽다고 질문이
많다고 나무라고 어떤 엄마는 아이의 노래가
차라리 수다이길 바라고요
새로미님처럼 조금조금 우리 유뽕이도 언젠가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할 날이 올거라 믿어요
지치지 마시고 예천님 힘내세요  
  박예천 2010.05.12 12.19 수정 삭제 신고
유뽕이녀석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살이 쪘답니다ㅜㅜ
예전 브이라인은 온데 간데 없고 통통하지요.
워낙에 잘 먹기도 하겠지만,
마른 체형인 아빠가 살 찐게 보기 좋다며 자꾸 먹이네요...ㅜㅜ

엄마 닮지 않아 절대음감입니다.
노래하다 틀리면 제대로 잡아 줄 정도지요.
유난히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림그리기도.
세상이 공평하다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맞는 말이라고,
고개 끄덕이다가도 도리질 하고 싶은 날이 더 많습니다.
불공평 한 게 맞는 것 같고,
아픔은 겪는 사람에게만 잔뜩 부여되는 것 같고요...ㅎㅎㅎ
희망을 바라보며 견뎌가고 있을 뿐이지요.
정말..., 지치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