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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33 - 파랑새반 아이들 (2)


BY 박예천 2010-09-09

 파랑새반 아이들(2)- 사회숙제 하는 날

 


 

“유뽕아줌마! 저 종호예요. 근데요, 내일 유뽕이 시간 있어요? 우리 집에 두시 반까지 올 수 있나요?”

파랑새반 회장님 종호가 전화를 했습니다.

쉬는 토요일이라서 집에서 꽤 떨어진 거리의 개울가로 다슬기 잡으러 가는 중이지요. 달리는 차안에서 전화를 받은 엄마는 궁금증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어..., 종호구나. 왜? 내일 무슨 일 있어?”

“저기요, 유뽕이가 우리 모둠인데요, 사회숙제를 같이 해야 하거든요. 설문지 조사 하는 게 있어요.”

“그래? 그럼 꼭 가야지. 알았어, 내일 종호네 집으로 데리고 갈게!”

전화를 끊고 운전하는 아빠에게도 알려드렸지요.

사실 유뽕이가 사회숙제를 뭘 하겠습니까.

그래도 친구라며 빼놓지 않고 끼워주는 종호회장님이 고마울 뿐이지요.


다음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마친 후, 같은반 모둠친구 효진이도 태우고 종호네로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예지네 집도 들려야 한다는 효진이의 말입니다.

파랑새반 사회숙제 위해서 한 모둠을 책임진 운전기사로 임명된 엄마입니다.

책임을 다해 열심히 어린 손님(?)들을 모셨지요.

예지 동생 예린이도 언니 손을 잡고 오는 바람에, 모둠인원이 다섯 명이 되었습니다.

설문지 스무 장을 들고 동네주변 어른들 찾아가야 한답니다.

상점에 들어가 공손하게 말해야 하고, 이웃 분들께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군요.

평소 지역사회 발전에 대해 관심도를 알아보는 숙제인 모양입니다.

유뽕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표정입니다.

그저 더운 땡볕에 왜 돌아다녀야 하는지 얼굴에 짜증만 가득하네요.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준다는 엄마의 귓속말이 아직은 효과가 있는지 잘 서있습니다.

학교주변 동네에서는 종호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소식통입니다.

마당발이어서 모르는 곳이 없답니다.

그러니 설문조사 그까짓 거 식은 죽 먹기겠지요.


차 조심하라며 일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동네 골목길로 들어섰고, 엄마는 종호네 집에 편히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지요.

아이들이 나간 지 두어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집니다. 우산도 없이 보냈는데 걱정이네요.

더구나 숙제 잘 마치고 돌아오면 사주려고 군것질할 돈을 주지도 않았지요.

후다닥 두 엄마가 우산 여러 개를 챙겨들었습니다.

엄마는 종호엄마를 차에 태우고 파랑새반 한 모둠 어린이들 찾아 나섰습니다.

갈 곳이 뻔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띌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웬걸요. 뱅글뱅글 천천히 동네를 몇 번이고 돌아도 아이들이 없습니다.

약국할아버지는 “아까 벌써 댕겨 갔는걸!” 하십니다.

슈퍼마켓아줌마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근처 대학교 주변을 돌아 나올 때도 여유롭게 생각했지요.

“분명히 어디서 놀고 있을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이라도 들려 보낼 걸 그랬나봐!”

종호엄마도 은근히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운전대를 잡은 유뽕엄마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한 것은 빗방울이 거세진 다음부터입니다.

어디 아는 집도 없는 동네인데 유뽕이가 불안해서 울고 있지 않을까 떨려옵니다.

쏟아지던 빗방울이 멎고 구름사이 말간 햇살이 삐져나옵니다.

지나가던 형아들에게 물어봐도 아이들을 못 봤다고 합니다.

언덕너머 효진이네 집으로 달립니다. 역시나 없습니다. 바로 옆집 예지네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불구불 논 옆길을 시작으로 대학교 안 구석구석 찾아다녔습니다.

휴!....., 동네를 다섯 바퀴는 넘게 돌아다닌 것 같네요.

어디 연락할 곳도 없고 친구들 집마다 오지 않았다고 하니 슬슬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간혹 불길한 생각이 밀려들어 엄마는 머리를 세차게 흔듭니다.


한번만 더 크게 돌아보자는 종호엄마 말에 이미 돌았던 곳을 다시 갑니다.

효진이네 담벼락을 지나 별장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날 때였지요.

갑자기 누군가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장님 종호네요.

“야! 종호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애들은 어디 간 거야?”

따발총 유뽕엄마가 물어대는 말에 종호는 말없이 손가락만 집 쪽으로 가리킵니다.

잠시 후 아이들이 우르르 이층집 계단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 여기서 자장면 먹었어요!”

“엥? 무슨 자장면?"

"여기 아는 집이야?”

놀란 엄마들이 번갈아 물었습니다.

“아뇨, 효진네 옆 집이예요. 여기 할머니가 자장면 사줬어요!”

천하태평 남의 일처럼 말하는 아이들을 보니 난감해졌습니다.

낯선 분께 민폐를 끼친 것이 분명합니다.


녀석들을 마당에 두고 유뽕엄마, 종호엄마가 초인종을 누르며 들어섭니다.

“안녕하세요? 저기...., 저희 아이들이 폐를 끼친 거 같아서요. 어? 혹시 선생님 아니세요?”

유뽕엄마 입이 크게 벌어지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예.., 교육청옆 초등학교 교감입니다!”

이럴 수가!

거기라면 유뽕이네 누나가 작년에 졸업한 모교입니다.

“아이구, 선생님 죄송해요. 아이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놀라셨죠? 거기다 자장면까지 사주셨다니......”

낯이 뜨거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엄마는 더듬거립니다.

“여긴 근처에 아이들도 없고 조용한 마을인데, 얘들이 찾아왔어요. 그것도 숙제를 해야 한다며 펼쳐놓고 묻는데 뭐 줄게 있어야죠. 그래서 자장면이나 시켜주자 한 거예요.”

예쁜 교감할머니(?)는 마음씨도 곱기만 했습니다.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권했지만, 두 엄마들은 얼굴을 붉히며 돌아 나왔지요.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스무 장 설문지 중에 겨우 일 곱 장 밖에 못했으면서도 방금 먹은 자장면 맛에 기운이 넘치나봅니다.

나머지 설문지를 석장씩 나눠가지며 헤어지자 했습니다.

각자 집에서 해오기로 하고요.

유뽕이 몫도 엄마가 챙겨들었습니다.

차에 타려는데 어느 틈인지 다른 모둠 기락이도 와있습니다.

“아줌마! 유뽕이 우리랑 더 놀고 가면 안 되나요?”

“미안! 어쩌지..., 집이 멀고 아빠가 기다려서 가봐야 돼. 우리 여기로 이사 올까?”

정말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의 맑음이 눈물겨워서 엄마는 당장 보따리 싸고 싶어졌습니다.

유뽕이를 부족함 없이 또래의 자기 친구로만 여기는 아이들.


효진이와 예지를 집에 돌려보내고 종호와 기락이 태우고 옵니다.

뒷 자석에 앉은 종호가 재잘거립니다.

“엄마, 아까 있잖아 편의점에 갔었거든. 근데 유뽕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지 자꾸 통을 만지는 거야. 내가 ‘유뽕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했더니 먹고 싶대. 그래서 내가 천원 있던 걸루 사줬다!”

“어? 너 그거 할머니 댁에 갔다가 용돈 주신 거 잖어!”

종호엄마가 물어봅니다.

“괜찮어 유뽕이 사줘두 돼!”

역시 너그러움이 있는 회장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배려깊은 아들이 기특하다며 종호엄마는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형아같은 친구들 덕분에 아이스크림과 자장면까지 얻어먹은 유뽕입니다.


근처 슈퍼 앞에 도착해서 유뽕엄마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얘들아! 오늘 아이스크림 아줌마가 쏜다, 뭐든 골라봐!”

파랑새반 아이들에게는 더 큰 대포알만큼 쏘아대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가슴 뭉클하고 세상 살맛났던 일요일 하루!

 

 


 

2009년 6월 28일 일요일

파랑새반 친구들이 하늘만큼 땅만큼 고마운 날에.



1개
김미애 2010.01.11 14.48 신고
저 아무래도 유뽕이한테 푹 빠졌나봐요.
첫 편부터 여기까지 읽어 올라가고 있는데 교감 할머니가 애들한테 짜장면 사주고, 종호가 유뽕이한테 지 용돈 털어서 유뽕이한테 아이스크림 사줬다는 대목에서 감동 먹고 한 번 터지면 감당이 안 되는 수도꼭지가 터져버렸어요. 울 아들이 7살 때 지 누나를 따라 성당에 갔다가 집에 간다고 혼자 나섰던 모양인데 집에 안 와서 이 골목 저 골목 찾아 헤매고 다녔던 기억이 겹쳤나봐요.
추천 한 표 쏩니다!  
  박예천 2010.04.27 15.43 수정 삭제 신고
김미애님~!
이제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루하셨을 제 글....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님과 같은 독자들이 계셔서 글을 놓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담습니다.
지난 제 글에 달아주신 김미애님의 댓글 한 줄...한 줄 오래 기억하며 저를 다듬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행복을 빌어드리며~~~~~~~^^  
헬레네 2009.07.12 15.24 신고
역쒸,,,,,,,, 천사곁에는 천사가 있군요 .
유뽕이 ~~~아스크림 마이먹고 건강하세요 .  
  박예천 2009.07.12 21.24 수정 삭제 신고
지난 글인데....댓글을 남겨주셨군요.
유뽕천사는 오늘 할머니댁에 다녀와서 피곤한지 내내 하품입니다^^  
초록이 2009.06.30 12.34 신고
좋은친구 종호때문에 잠시 뭉클,,,회장님이라서 누군가 했더니 파랑새반 대표군요 사회숙제를 그리 꼼꼼히 챙기는 예천님 헐렁한 저보다 낫네욤
유뽕이 아자아자 화이팅 !!경기도아줌마의 기를 날리며  
  박예천 2009.07.01 08.42 수정 삭제 신고
파랑새반 아이들로 인해 자주 감동을 받는답니다.
종호가 맑고 배려깊게 자란 것은 어머니 덕분이더군요.
그 아이 엄마의 성품도 곁에서 자주 대하는데....., 요즘 보기드믄
자녀교육관을 지니고 있었어요.
자식은 부모를 닮는 다는 말을 실감하지요.

경기도 아줌마(?)가 날려주신 기를 받아 오늘도 유뽕이와 힘내볼게요.
댓글과 격려 고맙습니다^^  
라리 2009.06.29 15.03 신고
그.. 교감 할머니... 처럼...
내아이 남의 아이 구별없이 그렇게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살핀다면...
안심되고 참 살맛나는 사람냄새나는 세상일텐데요...
... 요즘 섣불리 나섰다간 괜한 오해와 시비...그 귀찮고 난감함에
지레 포기하게 되는 딸아이를 둔 비겁한 엄마입니다.  
  박예천 2009.06.29 22.11 수정 삭제 신고
도심에는 영악한 아이들이 넘쳐납니다.
유뽕이 학교는 시골과 인접해 있어서 일까요....아이들의 순수가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라리님이 반갑네요.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그 흔한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님은 절대 비겁한 엄마가 아니라는 말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자 2009.06.29 13.22 신고
하늘만큼 땅만큼! 헤헤..좋은 글 많이 봅니다.  
  박예천 2009.06.29 22.08 수정 삭제 신고
댓글 남겨주신 님께 감사드려요...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신 분...
덩달아 웃어봅니다. 헤헤....역시 기분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