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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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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BY 솔바람소리 2009-07-14

욕실 앞에서 남편이 나를 보고 이기죽거리며

서있었다. 자기 만족에 빠진 얼굴에 당당함까지.

통쾌함이 스며있는 그의 표정을 뒤로하고

욕실을 바라보았다.

 

헉스!

 

욕실의 구멍이란 구멍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신문뭉치를 적셔서 바닥과 벽을 몽땅 도배를

해놓았다. 악취가 빠져나갈 틈이 바늘구멍만큼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안방의 창문에도 온통 신문지로 뒤덮여있었다.

이 찜통같은 더위에 쪄죽일 작정이 아니고서는 저런

수고를 만들어 할 일이 무엇인가 말이지.

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3달 전부터 사워기 수도꼭지로 물이 비집고 나오는 것을

손 봐 달라고 부탁했었다.

 

“알았어.”

 

잘도 대답하던 작자가 간간히 잔소리를 터트리는 말에도

그 犬소리만을 반복해서 지껄이기에 관두고 말았건만...

대장간에 식칼 없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던 인간이 나를

환장한 여자로 만들고 싶지 않고서는 벌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짓거리를 해놓고 통쾌하고 자랑스럽단 표정으로 나를

당당히 바라보다니...

 

참을 만한 날씨에도 선풍기를 끼고 살더니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고 고생을 해서 더위를 자셨냐?

묻고 싶은 마음도 잠시...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갈기갈기 찍어 죽이고 싶었다.

분노로 끓어 넘치는 심정을 입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으!!!!!!!!!!!!!!!!!!!..............”

 

이게 웬일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죽여 버려도 시원찮은 놈아~!’ 하고

포악질을 떨어내려던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으...! 으...!‘

 

하마 같은 이 외모로 백치 ‘아다다’를 재현시켜줄 것도 아니고

신은 뭔 장난질인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나의 거성을

거둬버리기까지 하셨나,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포기하지

못하고 소리를 쥐어짜려 애쓰고 있었다.

 

“으... 으... 으...”

“아빈엄마~!”

 

발악하려 애쓰는데 저 멀리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으... 으... 으...”

“아빈엄마~!”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내 입과 남편이 안방서

연실 나를 불러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몇 초나 걸렸을까,

아니면 몇 분?

 

정신을 차려 눈을 떴을 때 어둠속에서 거실 천정이 어렴풋이

들어왔다. 그게 꿈이었다니, 그런데도 이리 생생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남편의 어이없는 짓거리가 꿈이었다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은 마음에 분노가 남아있었다.

 

“아빈엄마~!”

 

내 신음소리가 멈췄는데도 남편이 계속해서 부르는 것조차

짜증스러웠다.

 

“깼어!”

 

가시 돋친 말을 뱉어놓고도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몇 시였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망연자실해서...

 

(일주일쯤 전에 꾼 꿈이다. 유치한 여편네의 진수를

보여주는지... 팔자 좋게 tv 앞에서 낄낄 거리거나

먹을 것이 없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을 때, 숙제한다고

밤늦은 시간동안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허리를 밟으라고 엄포를 놓는 남편을 바라볼 때마다

꿈에서 통쾌하게 웃으며 바라보던 그 얼굴을 교차하여

생각하곤 한다.

희한한 일이지?

정신력 가물거려, 생생하던 꿈을 깨어버린 몇 초 사이에

까맣게 잊곤 했는데... 특별한 경우다.

함몰(?)하던 뇌의 기억력 기능이 다시 되살아나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