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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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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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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빈아...(2)


BY 솔바람소리 2009-05-14

무지한 부모와 연을 맺은 아들에게 돌파구를 만들어 주겠다는

명분으로 엄격한 극성엄마가 되었다.

곧잘 따라주는 녀석에게서 가능성을 느끼게도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험한 상황에서 살아낼 힘을 주시려고 신께서

내게 천재를 보내주셨구나...‘ 하는 망각의 늪에서 첨벙거리게

했다.

 

그의 씨를 받아서 내 뱃속에 품고 낳은 아빈이가 결코 제 아빠를

닮질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나태, 無절제, 無능력, 無계획,

無신의,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와 똑 닮은

남편의 어느 것도 놈이 내려 받지 않길 바랬다.

그 강한 마음이 성충이 되어 앞서가는 걱정들로 새끼 치게 했다.

남편을 본보기로 어린자식에게 늘 했던 말이,

 

‘넌 저러면 안 된다. 아빠처럼 되지 마라.’...

 

녀석이 자라면서 어느 순간 제 아빠에게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을 때 역시나 때늦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말았다.

아비가 아비된 도리를 하지 못하더라도 감싸지는 못할망정

각인시켜주고 말았으니 훗날 천륜을 저버리는 행동을 일삼는

패륜아가 된다고 하더라도 누굴 탓할까, 망연자실...뒤늦은

부연설명들을 늘어놓아야 하는 상황들을 맞기도 했다.

 

녀석이 유치원을 다닐 쯤, 산만함이 비췄다. 돌을 갓 지나서

읽는 한글을 깨쳤고 4살쯤 구구단을 마스터한 녀석에게 곱셈을

가르쳤을 때 바로 습득하고 말았던 영특한 아이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되어 손을 잡고 정신과로 향했다.

예상대로 주의력결핍증이란 병명으로 진단 내려졌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병원을 데리고 다니게 되었다.

남편이 정신과에 다니는 아들을 ‘미친 놈’이라며 협조는커녕 막말을

일삼을 때, 아들과 함께 받았던 검사로 나의 우울증 정도를 알게

되었고 아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함께 병원을 다녔다.

성질 못된 년에서 ‘미친 년’으로 등업(?)을 받을 수 있던 순간이었다.

어느 것에도 가족을 위해 열정으로 미치지 못하는 놈에게서.

 

억울하고 분해서 정말 때론 미친년처럼 지랄 발광을 떨었고

때마다 공포로 움츠러드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 아빈이는 더 많이

떨고 있었다. 어린 날 비오는 창밖 처마 밑에서 누구네서 왔는지도

모르는 낯선 개가 잔뜩 젖은 몸으로 떨고 있던 모습으로...

 

어릴 적에 내 아버지 혼자서 미친 듯이 분노를 표출할 때 곁에서

고스란히 우릴 감싼 채로 당하고 있던 엄마를 곁에 두고도 두려움으로

떨던 공포를 알면서, 보모의 싸움이 자식에게 있어서 뭣과 비교도

안될 공포와 두려움을 샘솟게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자식들을

감싸기보다 벼랑 끝에 서서 절망인 심정으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내몰아버리기 일쑤였다. 하지 말아야지... 참아야한다... 다짐해도

무너지는 나는... 그이유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엄마, 저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아빈이가 곧잘 하던 말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해준 적이 없는

대사였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하라고, 못하는 것은 탓을 하며

매순간 당근이 아닌 채찍질만 들게 했다.

 

“난, 장가가지 않고 엄마랑 살 거에요.”

 

매일 저희들을 놓고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픈 마음으로 살아 온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들을 곧잘 했다. 그리고

‘네가 장가갈 때까지 곁에서 있을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는

심정으로 아무런 대꾸를 해주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성적으로 나를 절망시킨

녀석이 다시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학원을 다니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성적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경찰대학이나

의과대... 엘리트로 키울 꿈을 접고 말았다.

 

작은 용돈이지만 계획 없이 쓰고 마는 녀석이 때론 욱하는 성미를

참지 못하고 동생을 다그치는 모습을 대할 때마다 남편의 모습이

비춰져서 악다구니가 나오게 했다.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이면 내 눈을 속여서 몰래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남편과 견주게 되며 녀석에게 때마다

강한 거부감으로 대하게 했다. 그리고 또 반성, 그것이 습관인양.

 

모진 세월을 흘려보내고 팔뚝 만했던 녀석이 어느새 훌쩍 자라나서

앳된 모습을 벗어나고 있다.

보름 전쯤 수련회를 가게 됐었다는 학교공문이 왔을 때 그것을

건네며 녀석이 한다는 말이,

 

“엄마, 저 안가면 안돼요? 어차피 남자들은 후에 군대 가서

힘든 훈련을 받는데 왜 벌써부터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불만 가득한 어투로 투덜거리듯 건네받은 용지에 회비가

13만원가량이라고 되어있었다. 2박 3일 숙식이 그 정도면

저렴하지만 요즘 같은 때 내겐 부담이 컸다. 그래도 어떻게든

보낼 작정이었다.작년에도 힘들어서 가고 싶지 않다는 녀석을

억지로 떠밀듯 보낼 판이었는데 결국 몸에 탈이 난 관계로

보내지 못했었다. 며칠 동안 감기로 병원을 다닌 뒤끝이라 아직

기침뿌리가 남아있었지만 남자로 태어난 이상 강인한 정신력과

사회성을 위해서라도 보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련회를 떠날 수 있게 된 전날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는 아빈이가 준비물이 적힌 인쇄물을

건네는데 의외로 얼굴이 밝았다. 제가 챙길 것들을 준비하는

입 밖으로 흥얼거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꾀부리며 가기 싫다고 했던 녀석이 맞는가 의심이 들기에

한마디 건넸다.

 

“너 가고 싶지 않은 놈 맞냐?”

“ㅎㅎㅎ... 엄마, 친구들이랑 함께 어울릴 수 있는데 왜 가기

싫겠어요. 돈 장만하려면 엄마가 또 힘드실 것 같아서 차마

간다고 할 수 없었어요.“

 

녀석의 밝은 목소리에 부끄러움 가득한 마음이 되어 버린

무능한 엄마였으면서도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역시나

본의 아닌 억지였다.

 

“사내로 태어나서 죽을 때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 자꾸만 그럴 거야?!“

 

녀석에게 엄마가 따로 챙겨줘야 할 것이 뭐냐고 물으니

얼린 물과 김치볶음밥 도시락, 초코릿이 들어있는 과자

두 종류를 말했다. 또 용돈은 얼마면 되냐고 물으니,

 

“엄마... 5천원이면 많지요?” 한다.

 

수련회 떠날 가방 속에 이벤트를 준비해준 심정으로 옷가지

사이마다 과자와 쏘시지, 사탕, 육포, 오징어를 끼어 넣었다.

녀석이 원했던 것들은 따로 들려 보낼 곳에 담아 둔 채로.

떠나는 날 아침 식사를 먹인 후 용돈으로 만 3천원을 건네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엄마가 미안하다. 학교생활조차 맘 편하게 뒷바라지 못해서

말이야. 이 돈으로 애들 뭐 사먹을 때 구경만하지 말고 조금씩

사먹어.“

 

잔소리를 더 늘어트리고 말 입을 다물고 잘 다녀오라고 신신

당부했다. 어릴 때 소풍가는 심정으로 들떴던 내 모습 그대로

아빈이가 인사를 건네고 문밖을 나섰다.

 

솔선수범을 위해 나를 다그치며 여기까지 왔다. 고통을 참으며

인내로 힘겨웠던 것이 나뿐 만은 아니겠지만 나를 제일로 여겼다.

하지만 뭐란 말이지? 이 기분은...

 

어제 아빈이가 다니는 학원에 연락을 했다.

돈 들여 공부를 가르쳐도 형편없는 성적, 이제는 그만 둘랍니다, 했다.

아빈이가 중간고사 성적표를 들어와서 했던 말이 제 스스로 해보겠다는

말이었다. 이 또한 녀석이 돈을 걱정하고 면목 없음으로 꺼낸 말인 줄

알지만 내게는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다.

길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고 걷다보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 내게도

빨리 성립이 됐으면 좋겠다.

 

아빈아... 엄마의 네게 향한 과한 집착이 아빠보다 더 널 괴롭히는

걸 알아. 스스로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엄마는 그래서 아빠를

흉볼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못난 부모를 만난 너희지만

훌쩍 뛰어넘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자신 있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 이마저도 엄마만의 욕심이겠지...

우리들의 그 나물에 그 밥같은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