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해지지 말자. 여기서 관두면 내 꼴만 우스워.
가슴팍의 멍이 날을 거듭할수록 사라지기보다 색을
짙게 했다. 통증도 점차 가중됐다.
불꽃을 튀기며 호미, 괭이질을 거부하는 돌멩이
하나가 또다시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또... 다른... 멍이다.
자갈밭은 태연했다. 제가 품고 있던 돌멩이가
내게 날아들었는데 미안한 기색 없이 걱정을
묻는 짓 따위 하지 않았다.
하긴... 처음 돌멩이가 날아들었을 때도 사과를
받지 못했는걸...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떠나온
시간이 얼만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싶었다.
차라리 멍을, 통증을 내 것으로 인정하자...
멍이 멍울이 되어 자라났다.
결코 사라질 것이 아닌 걸 알고부터,
손톱과 발톱처럼 내 일부로 남아있게 될 것을
알고부터 그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개의 멍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좀체 줄지 않는 자갈들과의 사투를 포기할 수
없어서 그동안 품어줬던 그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굴착기가 보내졌다.
연료가 바닥나도록 움직여서 산더미 같은
자갈들을 꺼내놓은 굴착기 기사가 절망적인
얼굴이 되어 내게 말했다.
‘안되겠어. 이건 무모한 짓이야.
더는 속지마라. 보기에는 작은 텃밭으로 보이는
놈이지만 품은 돌의 양이 워낙 방대한 걸.
바보처럼 계속 이곳에 있지 말고 이쯤해서
그만 둬. 안 돼는 것은 안 돼는 거야.‘
기사가 굴착기와 함께 처참한 몰골로 돌아갔다.
오기로 버티지만 벗어나고픈 자갈밭이었다.
연민의 바닥을 들어내고도 남을 고통만을
안겨 준 자갈밭이었다.
그럼에도 벗어 날 수 없었던 변명 같은 구차한 이유...
‘내가 저거 저럴 줄 알았어.’
‘암만, 꼴좋다. 저는 별 수 있간디?’
실패 녀(女 )가 되어 괄대 받고 싶지 않았다.
주눅 들어 지내기엔 지난 수고로움이 억울했다.
세 개의 멍울을 품고 척박한 땅을 일군 내 그늘,
안부모처럼 비옥토로, 풍성함을 가꾸어 보란 듯이
세상을 대하고만 싶었던 맘을 무참히 유린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노력하면 안 돼는 것 없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
치기와 열정담긴 자신감이 점차 삭으러들며...
자갈밭이 자갈을 키워내는 밭이었음을 깨닫고도
무기력한 인간되어 습성 된 양, 나조차도
무모함으로 단정 짓게 된 땅을 일궜다.
자갈밭이 때론 돌이 아닌 날카로운 쇳조각과
유리조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나를 사리게 됐다. 그럼에도 늘 상처가 생겼다.
피가 흘러내렸다.
정갈했던 외모가 흐트러지고 풋풋했던 젊음이
세월의 골을 만들어놓은 지금...
나를 잡아 세웠던 자갈밭의 일부가 되어 파묻혀
간다. 통발에 걸린 물고기처럼... 내 발로 들어 선
곳에서 나갈 길을 찾지 못한다.
멍울의 크기가 나를 넘었다...
멍울을 사랑했건만 간간히 자갈이 비취기도 한다.
내가 품을 것이 때론 자갈인 듯하여 망연하고
자실해 질 때가 있다.
나는 이제 어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