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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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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똑같아요.


BY 솔바람소리 2009-03-23

하나,

두울,

세엣,

.

.

.

 

수를 헤아려 보아요. 분노와 좌절로 힘겨울 때

살짝 넋을 놓고서, 쉬운 일 아니겠지만 숫자 명단

읊어 보아요. 하나라도 빠진 수 있으면 그 숫자

섭섭할 테니까 건너뛰면 안되요. 일천을 넘기고

나면서부터 더한 집중력이 필요하거든요. 헤아리다보면

불타고 있던 마음이 좀은 삭으러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안 되면요?... 따스한 햇살 아래서 몸을

구워보세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솟아난 파릇한

새싹들을 보면서요... 도움이 될 거에요.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

.

.

 

우리가 지금 서있는 곳이 몇 계단쯤 될까요?

아직 올라 가야할 계단이 까마득하게 남아 있겠지만

이제 첫 계단을 내딛은 사람에 비하면 앞서가고

있는 우리 일거예요.

그들은 자신보다 앞 선 우리들을 분명 부러운 경지로

바라보고 있을 거랍니다.

뒤죽박죽 산만하기 이를 때 없는 세상을 감싸고 있는

기온도 마찬가지인지, 봄이라더니 초여름 같던 어제까지의

날씨가 오늘 아침엔 초겨울까지 연상시키더군요.

이럴수록 우리 움츠려들지 말아요...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한참 통화를 하고도

부족해서 만났습니다. 잠깐 못 본 사이 얼굴이 반쪽이 됐더군요.

내 걱정 어린 말에 화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힘없이

대꾸하더군요. 심각한 친구의 얼굴을 보며 내 고민 잠시 접고

친구의 넋두리를 들으며 깊은 한숨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곤,

위로가 될지 모르겠으나 두서없는 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절망적인 얼굴로 있던 친구는 내 얘기 속에 유머를 듣더니

까르르 웃기도 하더군요. 저도 웃었습니다. 화통하게 까르르...

 

어쨌든 지금 현재는 제 맘이 암흑터널을 벗어난 것도 같으니까요.

다시 무너져 내릴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니까요... 내 특기를 살려서 수다와 푼수를 떨었습니다.

 

내 겉모습만 보고 부러워 할까봐...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 설명도 곁들여야했습니다.

얼굴이 좀 가벼워 진 것을 보고 헤어졌어요.

 

헤어지기 직전 오늘을 벗어난 후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요즘 누누이 내게 다짐하는 말을 꺼내 놓았습니다.

 

“오늘만 열심히 살아보자... 다음날이 찾아오면 그때 또

걱정하더라도... 오늘은... 오늘 것만 고민하자...“

 

내가 그 친구에게 제일 부러워하는 부분이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을 둔 것인데... 그 외적인 고민은 부부끼리 협심하면

어떻게든 풀어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것도 아닌가봅니다. 무능력하고 가정적이지 못한 남편과

살아가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체로 있을 때의 제 모습과

친구의 그늘진 모습이 별반 다를 것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 고난주머니의 무게가 같다고 하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