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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떡볶이


BY 그린플라워 2025-03-26

남편은 여자로 태어났어야하는데 겉모양은 남자로 태어난 사람이다.
남자들은 쇼핑을 하러 가는 게 전쟁터에 출전하는 것만큼 귀찮고 하기싫은 일이라는데 애들아빠는 본인 쇼핑은 물론 가족 누구라도 뭐 사러간다고 하면 꼭 따라붙어서 당사자보다 더 신나서 물건을 골라주곤 한다.
나는 쇼핑도 잠깐이면 되는데 남편은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도 안사도 되는 물건들까지 성능과 가격비교를 해가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그바람에 나는 되도록 혼자 다닌다.
며칠 전 종로 쪽에 갈 일이 생겼는데 혼자 다녀오려고 했는데 어느새 따라붙는다.
간 김에 방송에 나왔던 줄 서서 먹는다는 무채떡볶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떡볶이를 물은 일체 안 넣고 무채에 양념을 넣고 중불에 두면 무에서 나오는 시원하고 달콤한 물로 떡볶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평일 낮이라 줄은 길지 않았는데 외국인들도 제법 있었다.
방송에 나온 설명대로 떡볶이를 만들지 않고 무채양념물에 가래떡을 담궜다가 통에 담아줬다. 짧은 가래떡 한개가 이천원이란다.
순식간에 돈을 쓸어담는 장면을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먹어보니 맛은 먹을만했다.
남은 양념을 다른 이들은 다 버리고 가는데 남편은 아깝다고 집에 가져가잔다.
비닐봉지도 없는데 옷 산 봉지에서 옷을 꺼내들고 남은 양념을 그릇째 봉지에 담아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조심 집으로 가져왔다.
떡볶이 매니아 큰애에게 집에 있던 가래떡을 넣어 주니 맛있다고 했다.
다음날 무채를 썰고 양념을 만들어 재현을 해주니 큰애가 거의 흡사한 맛이라고 잘 먹는다.
어제 작은아들이 휴가 나왔길래 먹어보라고 하니 이게 무슨 떡볶이냐면서 안 먹겠단다.
형이 일단 먹어보고 그런소리 하라고 했다.
작은애가 마지못해 하나 먹더니 먹을만 하다고 한그릇 달라고 하더니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게임 상대에게 "무채 떡볶이 먹어봤냐? 꽤 맛있다."고까지 한다.

양념은 고추장에 다진마늘과 진간장, 설탕을 적절히 섞어서 채썬 무 위에 얹어 뭉근하게 섞으면 무에서 물이 나와 가래떡을 넣고 잠깐 끓여서 무채와 같이 먹으면 된다.
별 재료없이 육수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초간단 레시피로 먹을만한 떡볶이가 완성된다.
떡볶이 매니아 아들들에게 기름떡볶이보다 더 만들기 쉬워서 이따금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