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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


BY 그린플라워 2024-10-05

생활미술 시간에 한지공예를 하게 되었다.
우리집 팬트리에는 십여년 전에 한지공방 하던 걸 접고 차마 버리지 못한 한지며 공구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데 꺼내서 만지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판도라의 상자처럼 못열고 살고 있었다.
한옥스테이 하겠다는 친구가 오픈하게 되면 줄 한지공예 소품을 몇개 만들어볼 생각에 그저께부터 십여년 전에 재단해 둔 한지공예품을 꺼내어 풀칠을 하기 시작했는데 부득이 외출해야 하는 시간만 빼고 꼬박 풀칠에 빠졌다.
배가 고파 시간을 보면 끼니 때를 넘기기 일수다.
필통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다. 이미 재단도 해놓았고 문양도 조각이 된 상태인데도 속지와 겉지 붙이고 문양 붙이고 마감띠까지 두른 후 묽은 풀칠 세번과 마감재 두번 칠해야 완성이 되니 하루가 어느새 지나고 만다.
수고를 생각하면 판매는 도저히 할 수도 없고 꼭 주고싶은 사람에게 선물이나 해야 할 물건이다.
한지공방 운영할 때 수업 샘플로 만들어 둔 작품을 만들 자신 없다고 팔면 안되냐고들 했었다.
동생이 공방에 놀러오면 시급 이천원도 안되는 일 한다고 차라리 인형 눈 붙이는 부업하는 게 낫겠다고 혀를 차곤 했었다.
돈은 안되지만 만드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삼년반을 그렇게 재미지게 놀다가 취직을 하면서 공방을 접었다.
풀칠을 다시 하기 시작했으니 못버린 틀들에게 옷을 입혀줘야겠다.
수전증만 아니면 재능기부도 하련만 당분간 혼자 사부작사부작 만들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