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앞마당에는 텃밭이 있다. 밭이 썩 잘 정돈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질서는 있다. 그 사이에 아무런 질서없이 삐쭉삐쭉 자라나온 질경이가 내 눈에 잔뜩 들어온다.
지난주부터 마당 한가운데 무성하게 자라서 이리저리 짓밟히면서도 잘 자라는 모습이 내 눈에 아른거렸다. 가끔씩 온 비를 맞고 햇살을 가득히 받아 우리 가족들에게 언제부턴가 천덕꾸러기 잡풀이 아닌 싱싱한 채소로 대접을 받고 앞마당 가득히 줄지어 있다.
얼마전 적당히 뜯어와 삶아서 볶아보았는데 어린시절 엄마가 해준 그대로 그맛을 느낄수 있었다. 오늘도 지난번보다 조금 더 뜯어서 나의 언니까지 집으로 데려와서 함께 저녁상에 올려 놓았다.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삶아서 꼭짠 질경이를 고춧가루 적당히 넣고 간을 맞춰 양념을 해놓으면 달아난 입맛이 확 살아난다.
어릴 적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나 집앞 정류장에서 이리저리 짓밟히는 질경이를 엄마는 뜯어다가 열심히 반찬을 해주셨다. 아버지가 제일 잘 잡숫던 질경이 나물, 그때 나도 고소하고 색다른 맛에 밥 한그릇 금새 비워버렸었다.
학교가는 길목 집앞 여기저기 돋아나 있는 질경이가 한편 안스럽게도 느껴졌던 어린 시절, 질경이는 왜 길가 아무데나 나서 사람에게 밟히는지 어른들께 물었을때, 밟아줘야 잘 자란다는 소리는 썩 내마음을 유쾌하게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엄마가 해주신 질경이 나물은 빼놓을수 없는 제일 맛있는 반찬중의 반찬 있었다.
질경이를 씻고 삶고 양념을 하면서 잠시 상념에 젖었다.
지난 서른이 넘도록 내 인생의 변화도 참 많았었던것 같은데..순리대로 이치대로만 살아오지 않았던 내 삶이었기에 나는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힘들수록 정말 죽을만큼 괴로울수록 그만큼 더 일어서며 앞만 보고 달리자며 외쳤던 순간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느새 세월의 무력감마저 느껴지는데....
오뚝이 정신으로 버텼던 순간들도 있었고,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어느새 인생 다산듯한 소리를 부모님 앞에서 지껄이며 까불었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오늘...질경이 나물을 바라보며 그 변함없는 맛에 더욱 감사하며 지나온 시간들조차 고맙고 가슴이 짠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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