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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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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곁에 평안이 깃들기를


BY 김효숙 2014-03-26

 

토요일 황금 같은 휴일  왜 그리도 날 기다리는 일들이 많은지

아침부터 부랴부랴 식구들 밥을 해놓고  오전 약속은 사랑하는 내 친구 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데 오래 견디지 못할것 같아 이세상 떠나기 전 한번

얼굴이라도 뵈어야 할것 같아 친구랑 전철을 타고 평창동 산꼭데기에 있는

요양원에 갔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평창동이라는 곳엘 갔는데

 오르고 또 오르고 언덕길이다.

빌라에 멋진 저택들이 침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택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집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내 마음을 불러낸다

저렇게 멋진 집이나 작은 쪽방이나  햇님은 날마다 똑같이 찾아들고

밤은 똑같이 찾아들겠지 부한 사람이 사는 집이나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이나

공평하게 찾아들겠지. 언덕길 오르는 택시를 타고 가는것 조차 조금은 낯설어할 사람들의

시선들이 있을것만 같은 동네다. 한참을 오르니 미니 삼층집 요양원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조용하다 뜰이라도 한걸음 걸을수 있는 사람들은 낮은 층에 여기저기

앉아 있고 올라 갈수록  한걸음 조차 걷지도 못하고 먹여주지 않으면 밥 한수저도 먹지 못하는

할머니들이 누워 계신곳은 꼭대기 층이다. 눈만 멀뚱멀뚱 누가 왔을까

코에다 영양식을 꽂아 생명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사랑하는 친구 언니는

눈에 촛점도 없고 누가 왔는지 갔는지 눈도 뜨지 못하고 누워 계시다.

 

큰며느리랑 살았는데 직장생활하는 며느리를 위해 쌍둥이 손녀를 곱게 길러주시더니

일흔 셋이라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약해져 오는 몸 그 누가 간병조차 해줄수 없음에

스스로 식사도 거르시고 쇠약해지시더니  결국은 요양원의 길을 선택하셨다.

 

일어설수도 없고 알아볼수도 없는 삶에 귀로에 서서 마지막 가는 길은 너무나 외로워보이신다.

맘이 싸하다  우리도 저 길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이 세대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도 나이를 먹어가고 또 자기 자식이 있으니 부모님은 순리대로 가시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여분 가만히 언니 얼굴을 바라보며 지나간 일들을 떠 올려본다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가는지 맘만 슬퍼지도 인생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먹어봐도

어쩔수 없는 이별이란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대답도  못하는 언니 귀에 인사를 하고 돌아서 친구랑 내려오는 길이 무겁다.

길엔 승용차 외에는 인적이 없다. 터덜터덜 친구랑 내려오는 길 양지 바른 바위틍엔

어느새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 웃는다. 봄이 오는구나.

친구가 슬플까 내려오는길 집터를 주말농장처럼 만든 곳에 파란 풀들이 자라 혹시나 하고

올라가 보았다 냉이가 날 기다리고 있네

막대기 하나 주워 냉이를 한주먹 캐어 손수건에 쌌다

시골이 고향인 내겐 아주 작은 풀들조차 희망이다.

하얀 냉이꽃이 피어 한뼘 정도 자라면 사랑하는 언니도 가실것만 같은데

그땐 뭐라고 인사를 해야하나

 

언니 다시 세상에 태어나면 그땐 나쁜 병 다 버리고 태어나시구려

말 못할 그 병 그 누가 알까나  보호자도 없는 요양원에서 양손 발 다 묶어야만 하는 그 증상을

언니는  다 이겨내도 이별을 해야할텐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