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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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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BY 김효숙 2012-11-15

온종일 면접 본다고 왔다갔다.. 집에 오니 다섯시가 넘었다.

집에 오는 길 옆집 방앗간에 사는 집사님이 호박 한개를 주신다.

어제도 주셔서 새우젓 넣고 지져서 그집 어머님을 갖다 드렸더니

맛나게 드셨다고 한다.

오늘 저녁엔 며느리가 상가집에 문상을 갔다고 하기에

얼른 호박 하나를 들고 와서 집에 있는 무우를 썰어 무나물을 했다.

시누님이 주신 들기름을 넣고 만들었더니 맛나나

한접시 해서 옆집 갖다 주고

남편이 만든 고추장 찌개와 어제 만들어 둔 카레를 먹었다

남편이 얼른 먹고 일어나더니  냄비에 남아 있는 무나물을 통째로 준다.

에구머니

남편  상에도 무나물 준다고 하구선 일미터도 안되는 가스렌지위에 올려 놓고

잊어먹었다. 어찌나 미안한지

치매기가 있는걸까.....

날 먹으라고 상위에 올려놓는데 어찌 미안한지

 

카레에 비벼먹고 무나물은 남겼다.

문득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사님이 생각났다.

얼른 밥을 먹고 전화를 걸었더니 저녁을 드시는 중이시라고 하신다.

 

대봉감 두개 무나물  그리고 우거지 된장국을 싸 가지고 어둔 밤길을 나선다

피곤하기도 하고 조금전에 먹었던 맘이 갈등을 하게 했지만

처음 먹었던 맘을 지키기로 자신에게 약속하고 후다닥 대문을 나섰다.

 

밤바람이 차다.. ㅇ손이 시렵다.

어둔 골목길을 돌아 십분은 산등성이 옆으로 걸어가야 한다.

은행잎은 떨어져 어둔 밤길을 환히 밝혀준다.

사람사는 냄새가 골목길로 퍼진다.

무나물 속에 들기를 향기도 퍼진다.

 

보잘것 없는 무나물이 사랑하는 맘을 안고 간다.

어느새 다다른 작은 지하방..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집사님이 혼자 사신다.

아무도 와주지 않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좋아서 반겨 주신다.

나물은 내일 드시라고 부엌에 놔드리고 홍시만 드렸다.

나는 벌러덩 누워 엄마처럼 집사님 다리를 어루만졌다.

그냥 좋다 푸근하다 엄마처럼 좋다.

 

잠이 스르르 온다.

십여년전 나는 교회 구역장이었는데 할머니는 그때 우리 구역식구이셨다.

그래서 나는 엄마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되었지만

할머니 집사님은 내게 더 엄마 같아서 참 좋다.

비가 내리는 어느 가을 날... 이렇게 캄캄한 밤 생각나면 까까 하나 들고 나물 하나 들고

찾아가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는 할머니가 계셔서 참 행복하다.

 

마음 하나 나누고 오는 밤길이 세상 그 어느것 보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