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엄청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지난 달 휴가일에 맞춰 집으로 차를 배달받았다.
오후 늦게 차가 도착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데도 시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간신히 말려 그 다음 날 제 형을 태우고 형이 근무하는 병원에도 다녀오고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나도 두 번 작은녀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보았는데 당차게 잘 했다.
귀대하는 날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가라고 했는데 자신있다고 원통골짜기까지 차를 운전하고 갔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번 달 휴가에는 오면서 부하장병 둘을 밥까지 사먹이면서 태우고 왔단다.
집에 온날 잠깐 자고 나더니 저녁에 김포쪽에 있는 상사에게 세차용품도 받고 세차법도 배우겠다고 다녀오겠다고 했다.
초행길에 왕복 세시간도 넘게 걸리니 가지말라고 했는데 만날 시간이 그 때밖에 없다고 우기고 나갔다.
집 나가고 두시간 뒤 작은녀석이 사고 냈다고 전화가 왔다.
자유로를 달리다가 순간적인 착각으로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려다가 뒤에서 오던 차와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아들 차는 앞 범퍼가 부서지고 앞바퀴도 한개가 빠졌다.
다행이 접촉사고가 난 뒤차운전자가 좋은 사람이라 경찰 입회하에 수습을 하고 뒷차는 보낸 후 애들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부부는 잔뜩 겁 먹은 녀석에게 별 말을 안했다. 어차피 사고는 난 것이고 안 다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아들은 귀가 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저녁밥도 안 먹고 그대로 잠들었다.
이번 휴가 중에는 멀리 있는 친구도 만나러 가고 제대하는 사촌형 부대에까지 가서 사촌형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놀다가 가게 하겠다고 야무지게 계획을 세웠었는데 차가 고치러갔으니 다 허사가 되었다.
신고식 제대로 치른 셈이다.
큰녀석은 아빠 차로 출근은 하는데 주차장에 차 세워놓기 불편하다고 동승한 아빠가 그 차를 회수해서 돌아오곤 한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심한 녀석이라 고집을 꺾지 않는다.
큰녀석은 며칠 전 호기있게 수원에 프라모델 사러갔다가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놓치는바람에 삼십분을 더 허비하고 오더니 운전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라고 앞으로 각별히 조심해야겠노라고 했다.
둘의 성격을 섞어서 중간쯤 만들어내면 좋으련만~
오늘도 아롱이다롱이는 맛집기행하러 의기투합해서 돌아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