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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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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한자루를 들고 온 그녀


BY 김효숙 2008-03-04

늦은 밤... 정부미 한자루를 들고 온 천사같은 그녀

언제 보아도 큰언니처럼 푸근한 그녀

남편도 없이 자폐아 아들하고 이쁜 딸하나 두고 사는 그녀

만난지 오래 되지 않았어도

그녀는 처음부터 천사였다

하늘이 내게 보내주신 천사였다.

3년전 식당이라는것을 처음 시작했을때

벼룩시장을 보고 찾아 온 그녀를 보는 순간

오래전에 만난사람 처럼 친근감이 갔다

 

뚱뚱한 그녀는 말수도 없고 온화한 미소 그자체였다.

처음 함게 일해보는 낯선 그녀였지만 내일처럼 정말

고맙게 일해주었다.

일이 늦게 끝나도 서두름도 없다

일이 늦게 끝나도 싫은내색 한번 하지 않는 그녀였다

늘.. 네.. 괜찮아요

환한 미소가 가득한 그녀는 큰언니처럼 푸근하게 다가왔다.

일년이 지나갈 무렵 갑자기 몸이 아파 우리 가게를 그만둔 그녀는

명절이나 우리 남편 생일이면 어김없이 작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물론 우리 남편은 그녀의 자폐아 아들을 불러 자주 삼겹살을 구워주곤 하였는데

그ㅡ 아들은  고기가 먹고 싶다든지 용돈이 필요하면

사장님 저. 용돈 주셔야해요 하고 전화를 걸어온다

 

그래 오너라.. 하면 자폐아임에도 잘도 찾아 다닌다

그녀에게 아들은 그나마 혼자서 여기저기 잘 찾아 다니는것만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자기가 하고 싶은것은 인터넷을 뒤져서 꼭 해보고야마는 아들이다

 

고속버스가 타고 싶으면 터미널에 가서 가고자 하는 지역으로 가는

버스 기사에게 이차를 꼭 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고속버스 기사님이 데리고 갔다가 다시 그 차로 데려오기도 한다

잘생기고 순수한 이 아들은 너무나 이쁜짓을 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의 말에 안된다 하고 말하는 이도 없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가운데서도 신앙 하나로 웃으면서 살아가는 그녀를 만나면

내가 더 감사하고 행복해 진다..

 

몇년이 지나도 늘상 그자리에서 나를 찾아오고 맛난것 있으면

주고 싶어서 달려오는 그녀에게.. 난 아주 작은 사랑을 줄뿐인데..

 

오늘 저녁엔 그녀가 정부미 한자루를 들고 왔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데 아마도 쌀이 나온모양이다

혼자서 먹기가 많다며 가지고  온것이다.

우리 남편 좋아한다고 찹쌀로 약밥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따끈한 약식이 잣과함께 어우러져 참 맛이 있다

찹쌀만 보면 사장님 생각이 난다며 약식을 해 가지고 오는 그녀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늦게 집에 가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는 그녀가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이것 저것 싸주며.. 손을 잡아 주었다.

갈께요 하며 돌아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껴본다

나는 남편이 있음만도 행복하구나

나는 아프지 아니한 아들들이 있음만도 행복하구나

집에 오면 함께 할 남편이 있음만도 행복하구나..

 

힘들고 지친 하루를 마감하며 돌아오는 길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인

내 삶이  더욱 감사했다.

 

정부미 한자루에 담긴 사랑을 받으며 앞으로 더욱더 가난함속에

베푸는 그녀의 사랑을 닮아가야겠다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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