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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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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발유 2006-11-04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가 오래된 누옥(漏屋)입니다.

단열재를 사용치 않고 지은 때문으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래서 작년 겨울에도 거센 동장군과

싸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작년엔 한국인의 의지와 오기로서

그 모진 추위와 싸웠는데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그건 바로 군 복무를 마친 아들이

집에 돌아와 대학에 복학한 때문이지요.

아들까지 집에 와 있는데 아들의 입에서 늘상

“추워서 살 수가 없다.”고 한다면

어찌 체면이 설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작부터 올해는 겨울이 오기 전에

거실에 난로를 설치하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기름과 전기난로는 뒷감당이 수월치 않은 때문에

연탄난로를 들이기로 했지요.


지난주에 철물점이 즐비한 지역으로 가서

연탄난로의 구입비용을 알아봤습니다.

연탄이 세 개 들어가는 건 3만 5천원이고

거기에 연통과 철사 등을

따로 사서 설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엊그제는 연탄을 주문했습니다.

일전 누군가가 대문에 <연탄 즉시 배달>이라고 만든

스티커를 부착했기에 그걸 떼어 전화를 했던 것이었지요.


“몇 장 갖다 드릴까요?”

“글쎄요... 하도 오랜만에 연탄을 때려니까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우선 2백장만 갖다 주세요.”


하지만 연탄장수는 기본이 3백장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3백장을 갖다 주세요, 근데 값은?”

연탄은 한 장에 고작 300원이라고 했습니다.


어젯밤에 드디어 연탄을 실은 트럭이 도착했습니다.

헌데 연탄을 내려 배달하는 사람이

예상과는 달리 20대의 젊은이더라고요!


순간 저는 적지 않게 감명 먹었습니다.

힘든 일은 아예 손사래부터 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한 즈음인데 그 젊은이는 고작 300원짜리

연탄을 배달하고자 이 늦은 밤까지

저처럼 고생하나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탄을 나른

젊은이에게 차가운 캔 음료를 전했습니다.

이어 연탄 값 9만원에 팁 5천원을 더 얹어 주었지요.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하는 젊은이에게

“다음에 전화하면 일찍 갖다 주세요.”랬더니

그 젊은이는 “염려마세요, 총알같이 달려올 테니까요!”라며

큰소리를 치며 갔습니다.


사는 형편이 빈궁한 때문에 평소 누군가에게

팁(tip)을 줄 처지는 못 됩니다.

물론 이따금 택시를 타면 친절한 기사님의 경우

거스름돈을 안 받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말입니다. 


헌데 어제 모처럼 제가 그렇게 팁을 건넸던 것은

연탄을 배달하는 젊은이의 성실함이

아침 햇살처럼 밝게 빛난 때문이었습니다.


어제 연탄을 들였으니 오늘은 오후에

철물점에 가서 연탄난로와 연통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어젯밤 광에 들인

연탄 3백장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밥을 안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를 것만 같은

어떤 든든함과 포만감이 가슴 속 깊이에 들어찼습니다.

하루에 석 장 씩 땐다고 치면

100일을 때는 분량의 연탄 300장을 들였으니

그 정도면 내년 초까지는 어찌어찌

겨울추위와 얼추 대등한 씨름을 겨뤄도 되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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