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바로 치과에 갔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애들 오기전에 빨리 끝내고 올려고 9시에 약속을 했는데12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집에 오니 여느날 같으면 차소리만 나도 달려오는 래시의 기척이 없었다.
썬더볼트(고양이)는 잽싸게 달려오더니 차에서 내리는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빈다.
아침에 주고 간 개밥이 그대로 있는게 이상해서
집 뒤켠으로 돌아가며 래시를 불렀다.
그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끙” 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
래시는 자기가 파 놓은 모래구덩이에 앉아 있었다.
이상한 건 일어날려고 하다가 그냥 앉아 버리는 것이었다.
요 며칠동안 유난히 다른 개들이랑 몰려다니는 래시를 봤던지라
아마 노는 재미에 안 먹고 굶어서 기력이 없어서 그런가 생각하고 치과 갔다 오는길에 사 온
캔푸드를 주었더니 먹기는 잘 먹는데 앉아서 먹는다.
그런중에 일어서긴 했는데 한쪽 앞다리가 그냥 덜렁거린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아무래도 래시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애”
나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뒷곁으로 갔더니
캔푸드를 다 먹은 래시가 가만히 옆으로 누워 있었다.
다리를 만져보니
가만히 있는데 한쪽눈에 피고름이 섞인 눈물이 커다랗게 달려 있었다.
얼마나 아팠으면 눈물이 저렇게 엉겨서…
일단 부목이라도 대어줄 예정으로 다리의 상태를
손으로 감지하고 있던 중 어디를 잘못 건드렸는지 갑자기 깨갱거리며 내 손을 물려고 했다.
그 소리가 너무 애처로웠는데 물려고는 했지만 개 특유의 충성심 때문에
나를 물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일단 부목을 대놓고 다시 남편에게 전화했다.
“당신 퇴근하면 너무 늦을것 같애. 만져 봤는데 앞다리 뼈가 그냥 다 부서진 것 같애. 그리고 아까는 못 봤는데 피도 흘러”
그랬더니 남편이
동물병원에 전화했는데 예약하지 않아도 데려오라고 하더라고 했다.
잔디를 깎고 있던 옆집에 사는 데보라를 불렀다.
“데보라, 나 좀 도와줄 수 있나요? 래시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데
나혼자 차에 실을수가 없어서 그래요”
내 말을 듣고 달려온 데보라는 래시를 보더니
“불쌍한 것 , 얼마나 아프니? Jade, 도와주고 말고요”
큰타월을 깔고 둘이서 래시를 뒷좌석에 실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별 저항도 않는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남편차에 태우려고 했을때
래시가 무척 싫어했다는데.
동물병원에 도착하니 수의사는 점심먹으러 가고 없었고
보조원 두 명이 나와서 래시를 데리고 진찰실로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 ,
아마 뼈사진 찍고 기부스를 하면 괜찮아 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의사가 올때까지 기다리라며 래시와 나를 두고 나가 버렸다.
그제서야 남편이 전화해 달라던 게 생각나 일어서서 문으로 갔더니 진찰대에
앉아있던 래시가 안간힘을 쓰며 일어서려 한다.
아마 저를 버리고 갈까 싶어서였던가 보다. 그래서 사무실에 가서
전화하려던 생각을 버리고 그대로 래시 옆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마침내 수의사가 왔다. 그리고
래시의 다리를 만져보더니 보조원들과는 달리 자기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뼈가 조각조각 부서진데다 래시가 늙은 개여서 기부스만 해서는 효과를 못 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래시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자기는 그걸
안하니 자기네 자매 병원이자 뼈수술을 하는 데 전화를 해 놨으니
그리로 데리고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런다고 했더니
두 보조원이 래시를 차에 실어주었다. 대충 지리를 묻고 나오긴 했으나
그쪽으로 가 본적은 없었다.
일단 그 뱡향으로 돌려서 가는데 그 동물병원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15분 거리라고 했는데 20분을 넘게 갔지만 동물병원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상가건물들이
사라지고 주택지가 나타났다. 느낌이 이상해서 차를 돌려 오던길로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도로공사를 하는 곳을 지나게 됐다.
길가에서 측량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혹시 그병원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이동네 사람이 아니어서 모른다고 했다.
그럼 여기 일하고 있는 분 중에 이 동네 지리에 밝은 사람이
혹시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책임자인 듯한 사람을 불렀다.
싱글싱글 웃으며 내게 다가온 그 책임자는 ,
“알고 말고요. 저쪽을 내려가다 보면 회색건물이 있는데
간판이 있는데 작아서 잘 안 보여요”
“안 그래도 그쪽으로 갔는데 한참 내려가다 예감이 이상해서
되돌아와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랬더니 그는,
“당신, 영어 잘 못하지요?”
“아니, 영어 잘 합니다^^. 아마 발음이 귀에 익지 않아서 좀 알아듣기가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알아먹는건 문제 없으니 걱정말고 설명해 좀 해 주세요”
그 남자는 몇번 더 설명하려고 애쓰더니 마침내
“멀지도 않는데 내가 그리로 데려다 드릴께요”
그러더니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주위를 둘러서더니 손을 흔들고 난리다.
그의 차를 따라 한 1분정도 갔더니 오른쪽으로 꺽는데 보니까
내가 찿던 동물병원 간판이 보였다.
바로 코 앞에 두고도 말마따나 간판이 너무 작아서 지나친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린 그는
“바로 여깁니다” 했다.
“고마워서 어쩌지요?” 했더니
“뭘요”하고는 차를 몰고 왔던 길로 돌아가 버렸다.
차를 주차하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너무나 눈에 익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남편이었다.
결국 걱정이 되어서 퇴근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달려온 것 같았다.
“전화도 안오고 집에 전화해도 안 받길래 그 쪽에 전화했더니
여기로 갔다고 해서…”
“그래도 당신까지 여기 올 필요가 없는데…”
“당신 여기 있으면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떡할까
걱정이 돼서 …”
“애들은 데보라에게 부탁해 놨는데… 당신 솔직히 래시 걱정이 돼서 왔지?”
래시는 진찰대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수의사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애들 수영교실에서 본 사람이었다.
남편이 자기가 래시랑 있을테니 빨랑 애들 오기전에 집에
가라고 했다.
잠시후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 수술 비용이 천불이라는데 어떻게 할까? 수술을 해야 되겠는지, 안락사를 시켜야 할런지.
당신 생각을 말해봐? 당신 하라는 대로 할께”
엄청난 비용이다.
잠시 생각했다.
나를 바라보던 그 애처로운 눈길, 두고 갈까 불안해 하던 래시,
나의 어린애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저 우리의 사랑과 보호에만 의지하는
그래서 우리의 처사에 모든것을 맡길수 밖에 없는 래시,
다리는 부러졌지만 다른곳 다 멀쩡하던데 돈때문에
그 불쌍한 것을 안락사 시키면…
남편에게 되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때?”
“나야 뭐 당신 하라는 대로 할께”
이런식의 말을 할때 나는 남편의 마음이 어떤지 안다.
비용이 엄청나 감히 자기가 결정을 했다간 뒷탈이 무섭다.
내 처사에 맡긴다고 했지만 그는 래시를 살리고 싶은 것이다.
“수술을 시켜줘. 우리식구가 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우리를 태산같이
믿고 기대고 있는데. 책임을 지기로 했으면 끝까지 져야지”
이렇게 대답했더니
그제서야 남편은 안도를 한듯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후에 잔디깍기를 마친 데보라가 래시의 상태를 알아보려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혼자였다.
“래시는?” 하고 물었더니 남편이 말하기를 래시는 4일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나올려고 하니 래시가 일어설려고 끙끙거리더라.
그래서 조금 있다가 의사가 진통제 놓아서 잠드는 것 보고 왔어”
데보라가 가고난 후 우리는 밖으로 나가 남편이 몇해 전 내 생일 선물로 사 온 그네에 앉았다.
“갑자기 예상치도 않던 비용이 발생해서 어떡하지?
동물보험이 없어서 당장 현찰로 지불해야 하는데…
그나저나 수술하면 전처럼 다닐수 있을려나 모르겠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
“오랜만에 마누라 무릎이나 베어보자” 하더니 내 무릎에다
머리를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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