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초4 올라가는 두 아들녀석이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종일 뒹굴뒹굴하면서 먹을 것만 밝힙니다.
경상도 사람들이나 강원도 사람들이 잘 해먹는 배추전을 구워줬더니
바삭한 것이 일식집 튀김 같다고 좋아라 먹더니
큰아들이 어느새 호떡믹스 반죽을 하고 있었습니다.
(먹는 열정을 공부에 쏟아부으면 얼마나 좋을꼬?)
두녀석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식용유를 손에 묻혀가면서 호떡을 만들고
난 그 녀석들이 만든 호떡을 프라이팬에 구워 또 한차례 먹었습니다.
큰애는 스트레스가 쌓여 식구들에게 툴툴거리길래 두시간동안
인터넷게임 하라고 컴퓨터를 열어줬더니 어느새 희색이 돕니다.
작은애는 TV에서 만화보는 데 빠져 있고
뚜껑 열린 난 머리 식히려고 열대어 어항 속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어라, 저녀석은 왜 안 움직이고 가만히 풀숲에 있는 거야?'
나무젓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렸더니 살금살금 돌아다닙니다.
죽은 건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잠시 후 큰 물고기 입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아차, 새끼를 낳는 중인데 갓 태어난 놈이었나보구나.'
태어나자마자 죽은 녀석이 불쌍해 잠시 가슴아파 하다가
식곤증으로 슬그머니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꿈 속에서 큰애가 전염병으로 갑자기 죽었습니다.
회사에 간 애들아빠에게는 알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온 엄마나 동생들을
붙들고 통곡을 했습니다.
낮잠이었기에 다행이지 밤잠 자다 그랬으면 아침까지 울뻔 했습니다.
일어나 보니 큰녀석은 세시간이 다 되도록 게임을 하고 있고
작은녀석도 계속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대걸레를 찾아 들고 두어대씩 때렸거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냥 조용히 둘 다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속 썩여도 그저 옆에 붙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지금은 큰녀석은 놀다 지쳐 잠자리에 들었고
작은녀석은 레고로 별걸 다 만들고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속 썩이는 것 중에 공부 안해서 썩이는 게 가장 약한 거라니까 참아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