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집을 안 내면 시인이 못 되는 건가
아님 시를 안 쓰면 시인이 아닌가
어찌 된 세상인지
나도 이게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하얀 쌀을 박박 문지르면서
버리는 물을 보고도
문득
이 물이 어디까지 흘러 흘러 갈 수 있을까
이 물에 깊은 뿌리들이 빨대로 쭈욱 빨아대서
나무 둥치들이 두꺼워질테고
이름 없는 잡초 푸른 풀들이 더욱 푸르게 짙어질테고
나 혼자 먹자고 밥을 짓는 것이 아니구나
지금이 그 어느 역사적인 순간보다
가장 중대한 일
매일 할 수 있고 보고 만지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위대한 일이다
오늘 누구를 위한 밥을 짓는다면
그 또한 역사에 길이 길이 남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