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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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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달라고 한 적 없는데..


BY 천정자 2014-10-12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몇 칠 안됐는데

남편은 분명히 장남인데도 불구하고 착한 것 빼면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법이 필요없는 사람인데,

남동생 셋이 보기엔 아주 호구로 보였나

큰 형인 남편보고 상속을 포기하라고 마누라인 나에게 인감도장을 갖고 오란다.

 

어허허  이것 참 정말 갈 길이 천리 만리다 싶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가 아닌 몇 십년을 지내고 보니

이미 우리 시댁은 나 하나 달랑 맏며느리에다가 외며느리가 되 버린지 오래다.

정말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야말로 나에겐 바람막이 울타리와 같았다.

왜냐하면 사람이 도리 모르고 경우 잘 분간 못하면 주윗사람들이 곤란하거나 곤혹스러운 일들이 무진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날 때마다 아버지가 다 교통정리 하듯이 해주셔서

남 보기엔 그런대로 조용히 잘사는 가족으로 보였을 것이다.

 

동생들이 달란다고 덜컥 주는 형이나 시동생들이나 거기서 거긴 도토리 키재기인데,

아마 이런 일들이 일어 날지 알으셨나 아버지가 나에게 미리 말씀을 주신 것이 생각났다.

" 내 통장에 사천만원이 있는데, 이천만원 큰 애주고 이천만원은 내 장례비 치뤄라!"

워낙 말이 없으신 관계로 유언이 아닌 아버님 의견도 단 한 줄이었다. 나중에 나를 쳐다보시면서 그러셨다. 저 막내 사람 구실좀 해야 되는디 그러시면서 말 끝을 흐리셨는데,

그 눈빛은 장남 며느리인 나에게 호소 하시는 것 같이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것을 보고 

참 많이 슬펐다. 당신이 낳은 자식을 사람구실 잘 못한다고 누구한테 부탁을 한다고 해도 될 일도 아니지만, 당신 심중에 있는 말을 누구한테도 못하시고 자식이 아닌 며느리에게 하실 정도면 오죽했으랴 싶기도 했는데. 막상 그런 일이 닥치니 이젠 좀 짐작이 간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곰곰히 거듭 생각을 한 끝에 나는 단호히 남편과 같이 은행부터 찾았다.

 

남편이 직계비속 상속인이니 상속인 조회서비스를 신청하러 왔다고 하니까 해준다. 그리고 아버지통장은 지급정지 당한단다. 어쨌거나 공동상속인 전원이 청구하지 않은 이상 돈은 못 찾으니까 합의를 하지 않음 천하의 다른 상속인이라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또 동사무소를 찾았다. 착한 큰 형의 인감을 이미 변경을 해서 인감도장을 막내가 갖고 있단다. 에구 이 사람아 당신 정신 똑바려 차렸!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셔요.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뭘까요? 돈주고 집준다고 사람될까요?

역지사지로 당신이 장남이니 동생들이니까 인감 다 형한테 맡기라고 하면 맡길까요?

 

내가 왜 당신하고 사는데, 남에게 폐끼칠까 늘 노심초사하고 퍼주고 늘 걱정해주는 마음이 좋아 사는 거여, 내가 언제 당신보고  돈 많이 벌어오라고 바가지 귺어 못 벌어 무시혀 세상 젤 귀한 거 그 마음이 당신한테 있는데, 요즘은 그런 거 개가 물어가라도 필요 없다고 하니께 당신이 바보처럼 보였을 거여. 남도 아니고 친동생한테 당할 것 같으니까 아버지가 며느리인 나에게 말한 거 아녀?

 

동사무소에 인감변경하러 가니 담당자가 그런다. 엊그제 오셨었는데 또 오셨네요?

어떤 남자랑 같이 왔었다는 설명에 나도 기가 찰 지경이다. 원래 인감을 마누라인 내가 갖고 있었는데, 안 줄지 미리 알았나 형과 함께 와서 덜컥 변경을 하고 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갔단다.아이구 아버지 ....내 입에서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이젠 내가 부탁을 했다. 앞으로 사전예방을 위해서도 본인과 마누라가 동행하지 않으면 절대로 발급불가 신청을 해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힘없이 말을 한다.

' 사실은 어머니는 둘째 사업할 때 빚보증을 서서 상속을 못 받는다고 해서 막내가 어머니랑 같이 사니까 집을 해주자고 한 거여 셋째도 이미 아버지랑 계산했다고 해서 딴 말 안한다고 했고"

 

남편의 말에 나도 더 기막히다. 그럼 빚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형한테 상속을 포기하라고 도장을 가져가나 나 원 참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싫어도 좋아도 한 번도 아버지 우리 좀  달라고 하지 않은 장남이 다 받게 생겼다.코미디가 따로 없네.

 

요즘 참 많이 삶을 배운다. 부모 돌아가시면 큰 형이 부모뻘인데..

어째 돈이 뭔지 순서도 바꿨다.참  힘이 쎄긴 대단히 쎄다. 

지급정지며 큰 형 인감변경했다고 얹그제 문자 보냈는데

바보 형 마누라가 보내서 그런가 아직 아무런 답장이 없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