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683

위대한 동거


BY 천정자 2014-06-16



몇 년 전에 우리집은 경매로 날아 갔었다. 그 덕분에 마당에 살던 식구들 강아지 두 마리에 고양이 한 마리 모두 뿔뿔이 이산가족이 되었는데, 그 해 그 집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낼 생각에 마루에 걸터 앉아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도대체 사는 게 뭔가 한탄하고 한 숨 푹푹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가 희안한 광경이 내 눈 앞에서 버젓히 펼쳐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한 마리 개구리가 우리집 고양이한테 발길질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갖고 노는 장난감처럼 고양이 발톱에 영낙없이 걸려들은 것을 호기심 많은 나는 집이 경매로 날아가든 홀딱 망하든 그 건 그 때 가서  고민하고, 아니 고양이가 쥐잡아 먹는 다는 애긴 많이 들었지만, 실제 고양이가 뭘 잡아 먹는지 본 적도 구경한 적도 없던 터라 얼른 핸드폰 카메라로 고양이와 개구리의 뒷모습을 찍었다. 진짜 긴장감이 팽팽하다. 개구리는 어디로 도망갈까 궁리중일테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잘 모른다는 그 세 가지중에 하나 과연 어디로 튈 것인가? 진짜 막상막하의 찰라를 찰칵 찍어 놓은 사진을 왜 지금 세상에 내 놓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아줌마의 마음을 어떻게 아나 언제 어떻게 무엇이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은 확실하다.

 

 

요즘 그 유명한 절도범보다 더 신출기묘하게 도망다니느라 애쓰는 분이 이 사진을 보면 동병상련은 좀 억지가 될까 ? 아님 이심 전심이라고 해야되나, 고양이 손바닥에 올려진 쥐새끼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근육이 굳어 숨도 멎은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근육이 굳더니  그리고 죽는다. 그 불안과 초조를 견디다 못해 죽어 버리는 거 달리 공포라고 할까 싶다. 절대 편할 리가 없는 것이다. 요즘 애들 세계에 게임이 빠지면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 지금인데, 무슨 도망자 게임을 다 늙어서 하라고 해도 근력 달려서 오래 도망 다닐려면 참  할 짓이 못된다. 옛날에 중국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제일 처음 가이드가 한 말이

" 여러분 환갑넘어 걸어다니는 여행은 절대 삼가하셔요. 여러사람 민폐끼칩니다!"

 

그 가이드말을 들어보니 나이들어 어디 온천욕이나 앉아서 먹거리 여행이면 모를까 괜히 오르고 걷는 여행갔다가 같이 간 사람 등에 업혀 내려오는 거 진짜 많이 있는 일이란다. 이 말이 생각나니 지금도 열심히 꽁꽁숨기 운동하시는 분 참 애달프다. 어디 온천이 가까운데 한 번 감찰 가볼까 현상금이 기네스북에 기록을 갱신할려나 그래봤자 지구 밖을 뛰쳐 나갈 수 있을까 싶다.

 

어쨋거나 저 사진 찍힌 고양이 옆에 같이 앉아있던 개구리는 그 날 저녁 고양이 식사가 되었다. 나는 그 걸 보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집을 팔던 경매로 날아가던 망하든 아니 다시 부자가 되던 간에 오늘 사는 동안만이라도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때문에 살 것인가? 등등 아주 심오한 철학자 같은 얼굴을 하면서 밥을 했다. 쌀을 박박 씻으면서 까짓거 한 번 태어나서 두 번 사냐 그냥 저냥 대충 살다가 가도 인생은 확실하고, 누구한테 체면치레 할 필요없이 나 혼자라도 잘살면 여러사람 도와주는 거다 등등 집에 쌀 없음 쌀 살 돈만  있어도 산다느니 혼자 중얼중얼 하면서 개구리 옆에 고양이 있듯 복이나 불행이나 늘 공존한다는 것을 불현듯 내 머릿속을 헤짚었다.

 

"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건가요?" 하고 기도를 하려다가도 잡혀먹는 개구리가 생각나서 기도도 하다가 말고 그랬다. 아무튼 그 땐 무척 심각한 일이 지금은 새옹지마가 되었다 그 집이 경매가 되어 빚을 다 갚고도 남아 얼마간의 돈을 합쳐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지금은 애들이나 나나 가족 모두 건강하게 아주 잘 살고 있으니, 그 때 하나님한테 나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징징거리지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알아서 다 챙겨 주신 것을 지금 하나 하나 누리고 살고 있다. 비록 경매로 빚은 탕감되어 지금은 빚이 없는 부자다.

 

복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위에 늘 펼쳐져 있슴을 이제야 좀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총천연색으로 펼쳐져서 자세히 보지 않음 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내는 소박한 복, 작고 사소하게 매일 눈치 못채게 피는 꽃잎, 더운 한 낮 창가에 선풍기보다 더 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맛있는 반찬 만들며 같이 먹을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할 수 있을 때, 작고 초라한 것도 나 살아서 볼 수 있기에  온갖 구구절절한 사연을 모아 만든 제목없는 복들이 사실은 천지다.

 

복은 편하고 좋을 때 찾아 오는 것이 아닌 가 보다. 위험할 때 찾아오려고 한다. 대기만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