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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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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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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사람 만들기 참 힘들다


BY 천정자 2013-12-09



" 엄마 ! 나 지금 만원만 보내줘?"

십만원도 아닌 단 돈 만원만 보내라니 듣는 엄마인 나도 그 사용용도를 꼭 알고 싶다. 어디에 쓸거냐고 물으니 보급품을 몽땅 도둑 맞았단다. 비누며 샴퓨 수건 치약등 몽땅 가져가는 바람에 빌려쓰고 있는데 칫솔은 도저히 못 빌려 쓰겠단다. 군입대 하기전엔 칠칠치 못한 엄마를 닮아도 그런 것만 골라 닮은 아들 때문에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학교에 가면 동네가 조용했었는데, 군 생활 하는 동안 제발 아무 일없이 전역만 하게 해달라고 열심히 외할머니하고 기도를 한다. 그래도 늘 노심초사였는데

이런  일은 별 일도 아니다 여겼다. 아들한테 전화오는 것은 돈 좀 부치라는 이유여서 밤 늦게 전화가 울려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다. 이 번엔 뭘 얼마나 부치라고 할려나 했다.

" 엄마 나 다쳤어요!"

" 뭐 어디를 뭐하다가?"

그렇게 기도를 하고 아무 일 없이 무사전역을 바랐는데 아들의 단 한 마디에 가슴이 쿵쾅대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 주장을  잘하는 놈이 왜 다쳤는지 잘 설명을 못한다. 순간 이거 부대안에서 무슨 일 있구나 짐작이 갔고, 곧 소대장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묻자 아침에 기상을 할 때 뭔가 얼굴에 부딫쳐 혼자 다쳤다는 것이다. 언제 그랬냐고 하니 일 주일 되었단다. 치료는 했냐 하니 아들이 민간병원가서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왔다는 애기에 뭔가 영 석연치 않았다. 직업상 진단서를 아무 환자나 발급해주나 아무래도 부모인 내가 부대로 가서 아들상태를 봐야 겠다고 하니까 소대장 목소리가 영 떨떠름하다. 그렇게 전화통화를 끝내고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일 주일 지나서야 국군병원도 아닌 민간 병원가서 그것도 혼자서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왔다는 것은 진단서를 제출할 목적으로 병원를 갔다는 애기고, 치료는 아직 안 받았다는 애기다. 그 다음날 나와 남편이 부랴부랴 부대를 찾아가니 눈텡이가 밤텡이 된 울 아들과 소대장과 중대장이 면회실에 나왔다. 보자 마자 나는 따졌다.

" 아들 난 니가 하는 말이 이해가 안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다쳤는지 정확히 설명해 봐라?" 했더니 울 아들 얼굴에 나 맞았어요 하는 표정으로 입은 오리주둥이처럼 쑥 내밀고 의자에 등허리를 기대어 불만이 가득찬 얼굴이었다. 아들과 엄마가 눈빛이 마주쳐 딱 느끼는 것은 간호사인 내 직업상으로  본다면 주먹으로 눈을 제대로 맞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중대장은 혼자 자다가 일어 날 때 보철물에 부딪쳐서 그랬단다. 혼자 다쳤는데 중대장 소대장이 양쪽으로 사병 한 명을 모시고 왜 나왔나 묻고 싶었지만 국가에 아들 맡긴 부모 무슨 죄인지 모르지만 덜덜 떨리기만 했다. 우선 응급으로 치료를 하게 하고 진단서를 보니 안와골절이란다. 골절은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중요한 얼굴과 눈이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골절된 상태로 일주일 동안 행정적인 문제로 환자를 방치했냐고 묻자 소대장 중대장 둘 다 묵묵부답이다. 그렇게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또 왔다.

" 엄마! 나 사실은 싸웠어 그래서 맞았는데 중대장님이 엄마한테 혼자 다쳤다고 말하라고 해서 그렇게 한 거야?"

내 짐작이 맞았다. 아들은 싸워서 맞은 것보다 더 속상한 것은 중대장님이 엄마한테 거짓말하라는 것에 화가 나 민간병원에 가서 상해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제출할 거고 고발할거라고 맞아서 아픈 것보다 더 화가 난단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길길히 난리다. 그런 놈이니 입이 댓발 나와서 말도 잘 안하고 중대장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 니가 때린 아이는 어떠냐?" 하고 묻자 뺨을 때려서 괜찮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입장바꿔서 그 쪽도 다쳤으면 넌 징계감이다 했더니 그게 문제가 아니란다. 왜 간부들이 일처리를 그렇게 하냐고 박박 따진다. 우선은 너부터 잘 치료받고 일은 나중에 처리해도 늦지 않는다고 달랬다. 그렇게 아들과  전화통화를  끝냈는데 곧 이어 중대장님의 전화가 왔다.

 

" 어머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부족해서 어머님에게 거짓말 시킨 것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중대장님의 전화를 받고  어이가 없고 화도 나고 기가 막혔다. 순간 아픈 아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냥 일반적인 타박상인 줄 알고 치료도 안하고 넘어 갈 줄 알았는데, 동기랑 싸워서 징계를 받으면 싸운 두 사람 모두 영창에 가야 하니 뺨맞은 아이는 괜찮으니까 그냥 넘어 간 것이고, 울 아들은 눈이 잘 안 보이고 붓기가 안 빠지니까 아들 혼자 병원가서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골절이라는 진단에 많이 당황했단다. 막상 어머님이 병원에서 근무하신다는 말에 더 이상 속일 수가 없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중대장님이 그렇게 솔직하게 애기 해주시니까 이제야 이해가 됐다고 했다. 사과를 받고 전화를 끊으니 밤 11시였다.

  다음 날  아들은 수술을 하였다. 의사는 수술 결과를 알려면 최대한 일 주일 지나야 한단다. 그런데 이 놈은 자기 눈 수술엔 관심이 없고 자꾸 나를 보챈다. 중대장님을 가만히 안 놔둔다나. 장군이 제일 무서워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훈련병도 아닌데 .

 

아들아! 안그래도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거짓말 시켰다고 죄송하다고 사과전화 받았다고 했더니 그래도 화가 안풀리나 뭐라고 하면서 사과했냐고 자꾸 확인한다. 중대장님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서른 살이란다. 그 대답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아들이 왜 웃냐고 한다.

" 야! 임마 엄마가 니 아빠 일찍 만나 결혼 했으면 그 만한 아들 하나 더 있을 거여!너한테 형 뻘인데 좀 봐주라 니가 군대를 간 것이 동기랑 싸우러 간 거냐?"

 

니가 그렇게 싸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싸운 사람끼리 해결하려고 했다가 문제가 엉뚱하게 번질 줄은 너두 모르고 중대장님도 몰랐을 것이다.그렇게 원리원칙대로 꼬치꼬치 따지지 못하고 지금 당장은 속상하고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사람이라면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  외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 너를 위해서 얼마나 기도 하는 줄 모른다. 네가 당장 손해 본 것이나 억울한 거 하나님이 무한대 배로 채워주고 원수는 하나님이 다 알아서 갚아준다고 성경에 써 있다고 이건 약속과 다름없다고  했더니 그제야 눈에 힘이 좀 빠진다.

 

너 또 싸울 거냐 ? 했더니 고개를 숙이며 그런다.

" 아니~~안그럴께요! "

 

그나저나 진짜 남편 일찍 만나 아들 하나 더 있었으면 어쩔번 했나 싶다. 아들 하나  키우고 양육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데,무사히 아무 탈 없이 전역 할 때 까지 기도를 엄청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