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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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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너를 낳은 날이야


BY 천정자 2013-10-26

딸내미가 취업을 하고 직장을 한 일년 다니더니 나에게 한 마디 한다.

" 엄마 ! 나 이제부터 돈독이 올랐어!"

뜬금없이 웬 돈 독! 그 돈 독이 뭔지 몰라도 좀 독하게 마음을 먹었거나 욕심을 가득 먹은

말이다. 딸내미 얼굴과 돈독이 오른 얼굴과 영 따로 국밥이 떠올라 히죽히죽 웃었다.

" 근데 50억이 큰 거야 10억이 큰 거야?"

어이구 내가 진짜 웃음만 비실비실 삐져 나온다.

돈 독이 오른 딸내미 아직 어느 돈이 큰 지 몰라 묻는 말에 그냥 푸하하 웃었다.

그럼 그렇지 돈 독이 아무나 오르나 알레르기 걸리는듯, 옻 알러지 타는 것처럼 그것도 체질이 따로 있을 법한데, 나도 대답이 참 너무 쉽게 했다.

" 빵 다섯개가 크냐? 하나가 크냐?" 했더니

손바닥을 활짝 펴고 다섯개가 당연히 크단다. 딸의 머릿속에 모르긴 몰라도 이 계산법이 따로 있을 것 같은 나의 착각이 가끔 든다. 거듭 말했다.

" 돈 독이 오를려면 우선 돈 부터 세어 봐야 하는데 어쩌누?" 했더니

50억을 어떻게 세어보냐고 한다. 돈 세는 것 부터 걱정이다.

그래서 나도 그랬다. 에구 너나 나나 돈 세는 것 귀찮아 돈 독 오르긴 애초부터 글렀다고 했더니 우헤헤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이 참 해맑고 곱다. 나도 덩달아 같이 웃었다. 돈독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 됐는데, 얼마전 세금 포탈이네 조세 어쩌구 저쩌구 그 뉴스를 같이 보다가 딸내미는 또 뜬금없이 나에게 질문했다.

" 엄마 저 사람들은 세금 낼 돈이 없어? 나도 돈이 별로 없어도 세금 내는데?"

나 또 그 뜬금없는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딸의 눈엔 돈이 없어 세금을 못 내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이건 또 무슨 계산으로 저런 생각이 튀어나왔을까 싶었다.

돈 없어 세금 못내는 사람들 전깃세 밀려 방세 밀려 요즘은 세금만 밀리나 급식비에 각종 공과금 못내 거리로 내 몰리는 사람들 안 세어봐서 잘 모르지만 이걸 어떻게 저런 현상을 설명해야 되나 궁리하다 답을 발견했다.

" 응 저 사람들이 돈 독에 빠진 겨!" 대답했더니

" 그럼 빠져 죽는 겨?"

진짜 시사에 밝은 딸내미처럼 보인다. 꼭 물에 빠져 익사하듯 먹고 살려고 번 돈이 되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무진 봤나보다. 보여 줄 것도 아닌데 안 보여준다고 감춰지는 세상은 아니고 빛의 속도보다 빠른 인터넷 덕분에 울 딸 똑똑해졌나보다.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밥먹다가 뉴스를 잘 안본다. 그냥 끄고 말지. 에구.

너무 조용해서 라디오를 틀었다. 클래식이 막 틀어지고 DJ가 그런다.

이번 연주 될 곡은 무슨 콩쿨대회에서 입선을 하였다는 설명을 했는데,

그 걸 듣던 딸내미 또 나에게 질문을 한다.

" 엄마! 콩쿨대회가 콩굴리기 대회야?"

이젠 밥먹다가 뒤로 자빠지고 배를 잡고 웃었다. 딸은 왜 웃냐고 따진다.

에구 어디가서 절대 그런 무식한 말 절대 하지말라고 했더니

콩굴리기 대회를 말을 줄여서 "콩쿨!" 한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럼 피아노니 바이올린이 콩이냐? 했더니 울 딸 대답이

" 그럼 아녀? 진작에 말해줘야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내가 아이그 내가 이래서 산다. 울 딸을 안 낳았으면 정말 큰 일 날 번 했다.

큰 아이가 사내아이라 원체 삼하여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서 연년생으로 임신이 되었는데,

내 못생긴 얼굴을 닮을까봐 걱정도 안하고 그저 또 아들만 아니길 바랬다.

병원에서 제일 먼저 묻는 말도 딸이냐하고 물었고 딸이라고 해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었다. 낳고 보니 좀 그랬다. 누가 내가 안 낳았다고 했을까봐 그랬나 납작코에 작은 눈에 진짜 나처럼 못난이었다. 남편도 그런다 . 엄마랑 똑같네..

어제 회사에서 생일이라고 케익을 줬는데 케익포장 상자는 엄청 컸단다.

그런데 안을 열어보니 에게게 딸내미 혼자 먹으라고 주먹만한 케잌 한쪽에 포크가 찔러져 있더란다. 그게 생일 선물이었다나 치즈케잌인데 좀 느끼해서 콜라를 더 많이 마셨단다.

딸내미 생일날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수술을 하셨다. 남편도 나도 모두 정신이 온통 수술때문에 딸의 22번째 생일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었다. 좀 미안했었다. 딸도 어쩔 수 없지 뭐 한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준다고 했더니 별로 기대를 안 하는 눈치다.

너도 나중에 나이들어 네 생일 때 말야 엄마한테 미역국을 끓여줘야 한다고 했더니 왜 그러냐고 한다.

" 니가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너를 낳았기 때문이야 어떤 생일 선물보다 가장 좋고 큰 거야!" 했더니

엄마는 미역국 잘 못 끓이는데 나는 어떻게 잘 끓이냐고 한다.

미역줄기를 물에 불리고 추석 때 들어온 쇠고기 냉동 녹이고 친정엄마가 알려준대로

기억을 해서 끓였더니 맛을 보더니 맛있단다.

이제 세상을 살아 갈려면 이 미역국을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아줬음 한다.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