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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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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그 이야기


BY 천정자 2013-02-05

 

직업 상 나는 많은 환자를 만나게 됐다.

그 동안 내 손에서 혈압, 맥박. 호흡이 체크된 환자 명단을 작성하라고 하면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다. 너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이름보다 그 환자의 특징을 기억하라고 하면 금방 기억을 더듬어 낸다. 아! 그 때 그 분 못생긴 내 얼굴 보고  아이그 참 곱다 이뻐 늘 해주시는 말을 기억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당신 혈압을 체크 해주시는 다른 간호사에게도 똑같이 그 말씀을 애용하셨단다.치매 중증인 환자였던 그 할머니 옆에 앉아  입에 씹는 모습을 하고 계셨는데, 엄지 손가락 끝이 입에 넣어 불어 터져서 밴드를 둘둘말아 그걸 또 뜯고 붙이는 게 하루종일 반복되었다.

늘 두 환자는 그렇게 같이 앉아서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하셨는데 나를 보고 웃으시는 거 만큼 밝고 환하셨었다.

 

나는 이상하게 환자의 얼굴보다 그 환자의 손이 기억이 더 또렷하다.

말이 그렇지 평생 당신 인생을 살아가면서 당신 손으로 자식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수고롭게 움직인 장기를 대라면 단연 손이라고 말하고 싶다. 손이 없었으면 그 따뜻한 감정이나 느낌등 감동을 전부 전달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더욱 임종할 때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바로 손이다. 꼭 말로 나누는 것만 대화가 아님을 알았다. 마지막의 체온이 남아있는 손을 잡으러 멀리 오는 아들이나 딸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동안 그 조바심 같은 체온이 금방 식는곳이 손과 발이다. 마지막 호흡과 함께 손끝이 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고 우린 임종을 보고할 때 그 순간 만큼 어떻게 말로 표현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어떤 남자환자는 평소에 보호자도 찾아오는 방문객도 없는 아주 쓸쓸한 환자였었는데, 간암말기에 치료도 다 포기하시고 이젠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살았다. 온 몸은 뼈만 남았고 배만 불룩한 상태에 얼굴은 검은 색에 가까우셨다. 그 환자의 맥박을 재기 위해 손목을 여기저기 짚어보다가 영 찾을 수 없어 결국 목 근처 경동맥을 대고 심장 뛰는 횟수를 재기도 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나를 보면 검은 얼굴에 하얀 이를 환하게 하고 웃으신다. 그리고 손을 내미신다. 내 손목에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날거라고 내 손가락을 대어보라고 할 때 나는 충격이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어 내 심장 뛰는 소리를 찾아 줘요 이렇게 들렸다. 그 때 그 병실 창 밖엔 사월의  목련꽃이 너무 하얗고 환자의 얼굴은 흑인처럼 까맣게 타들어 갔다. 소변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본인도 알고 있으셨나 맥을 집는 내 손을 꼭 잡는데 이미 손 끝이 파랗다 못해 거무튀튀한 손톱을 보았다. 지금은 그 환자의 이름은 가물거리는데, 유독 그 손은 아직도 생생하다.

 

 환의 주머니에 당신 간식을 먹지 않고, 내가 라운딩할 때 그 때 주실려고 깊숙히 숨겨두고 내가 나타나면 손짓으로 얼른 오라고 부르는 할머니는 중풍으로 편마비에 오른쪽 팔과 손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신다. 그 빌어먹을 고혈압 때문에 내가 이모양 이 지경 되었다고 지팡이를 짚고 운동하신다고 지팡이를 짚고 복도끝에 간호사실로 찾아와 운동으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나보고 수고하셨다고 말을 해달란다. 처음엔 멋모르고 환자가 하라는데로 수고하셨다고 했는데, 이 분이 그러신다.

내가 몸이 아프기 전에 전혀 모르는 것이 이젠 아프고 나니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단다. 왜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해서 고생을 시키냐고 그냥 콱 죽음 그만인 것을 바로 죽지도 못하게 원망만 무지무지  많이 하셨단다. 그런데 지금은 그래도 이 몸이라도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줘야 겠구나 누가 내 몸을 아껴 주겠나, 비록 지팡이 없으면 못 걷지만 한 다리라도 한 팔이라도 숟가락 들을 힘을 남겨 줬으니 이만하면 내 몸 쓸만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까 신이 나신 것이다. 건강한 내 몸을  아무 불편함 없어도 늘 불만이었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결국 고혈압에 쓰러지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내 몸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통해 정말 귀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하셨다.

 

사람으로  바쁘게 살다가 무슨 일 나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난다고 하더니 나한테 그와 같은 말씀으로 들리신다.더욱 요즘엔 그 어렵고 힘든 시절보다 더 좋은 편한 세상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때 보다 지금이 더 살기 버겁다고 한다. 지금 이 글은

팬도 아닌 내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둘기면서 손으로 쓰는 글이다. 내 손을 거쳐 그많은 환자들 손을 마주 잡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간혹가다가도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들의 손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에 찍혀 영화처럼 상영되면 다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다.

 

오늘 그냥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인지 비가 내리는지 하늘은 회색이지만, 내일은 또 맑은 태양이 뜰 것이다. 아주 빛나고 화려하게